지난 5일 미국 시카고 필드 뮤지엄 직원들이 죽은 새들을 검사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 필드 박물관 직원들이 10월 4~5일 밤 시카고 전시장인 맥코믹 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 센터의 유리벽에 부딪혀 죽은 철새들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남쪽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간밤에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철새들이 전시장의 밝은 불빛에 이끌려 건물 유리벽에 부딪혀 약 1000마리가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조류보호 시민단체인 ‘시카고 오듀본 소사이어티’는 이 전시장 건물이 대부분 유리로 만들어졌고, 높은 건물은 아니지만 새들이 많이 이동하는 호숫가(미시간호)에 위치해 있으며 그날 밤 때마침 분 차가운 북풍을 타고 많은 새들이 이동하고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9월부터 10월까지는 철새들의 이동이 절정인 시기인데 이 기간 시카고에서만 수십 만 마리의 새가 건물에 부딪혀 죽는다고 합니다. 주범은 도심의 인공조명과 유리벽입니다. 새는 밤에 달과 별에 의존해 이동하는데, 밤에 유리 구조물에서 나오는 불빛은 새들의 길 찾기를 방해해 불빛에 이끌린 새들이 유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날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한다고 합니다. 시카고에서는 시민들이 철새들의 이동시기만이라도 빌딩의 야간조명을 끄자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습니다. 조명을 절반만 꺼도 새들의 충돌이 11분의 1에서 6분의 1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북미에서는 매년 약 10억마리의 새가 건물에 충돌해 죽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한 해 약 800만 마리의 새가 건물에 부딪혀 죽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건물의 반사성 유리벽, 도로의 투명 방음벽 등이 새들에 치명적입니다. 우리나라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돼 야생동물이 인공구조물에 충돌하거나 추락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국가기관 등이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주택이나 사유건물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국가나 지자체에만 맡겨 둘 수 없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야생조류의 유리벽 충돌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니터링 운동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 직원들이 10월 5일(현지 시각) 밤 시카고 전시장인 맥코믹 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 센터 유리벽에 부딪혀 숨진 철새들을 살펴보고 있다./AP 연합뉴스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전시장 유리벽에 부딪혀 죽은 새 한마리가 주변 바닥에 떨어져 있다./시카고 선 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