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31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젊은이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양영숙(69)씨가 서핑보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동환 기자

“그래도 하나는 타고 나가야지”

파도가 잔잔한 날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만난 양영숙(69)씨는 작은 파도라도 하나 타고 나가야겠다며 힘차게 패들(손으로 노를 젓는 행위)을 했다.

그녀는 몇 년 전 호주여행에서 백발의 노인이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타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손주들 어느 정도 키운 65세에 ‘나 이제 서핑하러 갈 테다’ 선언했다. 나이가 있으니 체력이 모자랄 거 같아 먹고 산다고 멀리했던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다. 스쿼드, 복근운동, 플랭크 등을 하며 16kg을 감량해 신체 나이 47세, 혈관 나이 58세 판정을 받았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양영숙 씨가 겨울 서핑을 즐기고 있다./ 양영숙 제공

자식들의 반대도 있었다. 젊은 사람도 힘들고 위험하다는데 안 하시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기라도 하겠다. “며 서핑샵을 찾은 그녀는 한 달이라도 견딜 수 있을까 하던 걱정은 파도에 씻겨 보내고 한겨울에도 입수하는 5년 차 서퍼가 되었다.

겨울엔 춥지 않느냐고 묻자 “추운 건 잠깐이고 파도만 오면 추운 것도 싹 잊어버려요. 겨울에 그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 많이 움직이고 추운 거 생각할 겨를 없이 저놈의 파도만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야. 집에 오면 잠도 잘 오고 좋아. 아침에 일어나 바다캠보고 파도만 찾어. 있으면 보따리 싸서 바다로 가는 거지. 하하.”

그녀는 서핑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꼭 인생사 같아. 파도를 타려면 작은 파도, 큰 파도 같은 시련을 뚫고 라인업(파도 타는 위치)에 가야지. 놓친 파도는 기다리면 또 올 거고 실수해서 자빠지면 또 하고, 완성이라는 건 없는 게 비슷한 거 같아 . ”

70살까지 서핑하는 게 목표였다던 그녀는 70살이 다가오자 90살로 바꿔야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2023년 7월 31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젊은이 못지 않게 열정적으로 서핑을 즐기고 있는 양영숙(69)씨가 서핑보드 위에서 서퍼들의 인사인 '샤카(shaka)' 손짓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