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하나는 타고 나가야지”
파도가 잔잔한 날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만난 양영숙(69)씨는 작은 파도라도 하나 타고 나가야겠다며 힘차게 패들(손으로 노를 젓는 행위)을 했다.
그녀는 몇 년 전 호주여행에서 백발의 노인이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타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손주들 어느 정도 키운 65세에 ‘나 이제 서핑하러 갈 테다’ 선언했다. 나이가 있으니 체력이 모자랄 거 같아 먹고 산다고 멀리했던 운동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다. 스쿼드, 복근운동, 플랭크 등을 하며 16kg을 감량해 신체 나이 47세, 혈관 나이 58세 판정을 받았다.
자식들의 반대도 있었다. 젊은 사람도 힘들고 위험하다는데 안 하시면 안 되냐고 물었지만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되든 안 되든 일단 해보기라도 하겠다. “며 서핑샵을 찾은 그녀는 한 달이라도 견딜 수 있을까 하던 걱정은 파도에 씻겨 보내고 한겨울에도 입수하는 5년 차 서퍼가 되었다.
겨울엔 춥지 않느냐고 묻자 “추운 건 잠깐이고 파도만 오면 추운 것도 싹 잊어버려요. 겨울에 그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 많이 움직이고 추운 거 생각할 겨를 없이 저놈의 파도만 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야. 집에 오면 잠도 잘 오고 좋아. 아침에 일어나 바다캠보고 파도만 찾어. 있으면 보따리 싸서 바다로 가는 거지. 하하.”
그녀는 서핑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꼭 인생사 같아. 파도를 타려면 작은 파도, 큰 파도 같은 시련을 뚫고 라인업(파도 타는 위치)에 가야지. 놓친 파도는 기다리면 또 올 거고 실수해서 자빠지면 또 하고, 완성이라는 건 없는 게 비슷한 거 같아 . ”
70살까지 서핑하는 게 목표였다던 그녀는 70살이 다가오자 90살로 바꿔야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