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참사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7주째 이어지고 있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17일(현지시각) 시민들이 죄수복을 입은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오른쪽), 브라디스라브 가스치 내무장관, 알렉산다르 사픽 베오그라드 시장 등의 인형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르비아 수도 베로그라드에서 지난달 3~4일 잇따른 총기 난사 사고로 18명이 숨진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 등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7주째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각)에도 수만 명의 시위대가 주요 도로를 점거한 채 7번째 주말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아나 브르나비치 총리 등이 죄수복을 입고 있는 인형을 들고 행진하면서 “부치치 퇴진”을 외쳤다. 시위대는 또 ‘세르비아 폭력 반대’를 외치며 총기 사건을 포함해 세르비아에 만연하는 폭력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부적절한 폭력물이 TV 등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비판하며 이를 멈출 것을 촉구했다.

베오그라드에서 최초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3일. 10대 소년이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학생을 포함해 10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이 소년은 한 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살인 리스트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세르비아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총기를 난사한 소년은 경찰에 직접 전화해 범행을 자백한 뒤 학교 운동장에서 체포됐다. 이튿날에는 베오그라드에서 남쪽으로 50~60㎞ 떨어진 농촌 마을에서 신나치를 상징하는 옷을 입은 20살 청년이 차를 몰고 다니며 자동화기를 마구 쏴 8명이 숨지고 최소 14명이 크게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두 사건 이후 매주 토요일 야당이 주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며 전국적인 양상으로 확대됐다. 시위대들은 총기 난사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을 뿐만 아니라 브라디스라브 가시치 내무부 장관과 알렉산다르 불린 국가 보안정보국장을 경질할 것도 요구했다.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서 지난달 8일부터 총기 자진 반납 캠페인을 벌여 1만 3천5백 정을 회수했고, 캠페인 종료일인 6월 8일 이후 불법 무기가 적발되면 징역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또 신규 총기 면허 발급을 금지하고 총기 소유주와 사격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거된 무기에는 자동소총 외에 수류탄과 대전차 로켓 발사기도 있었다고 당국은 밝혔다. 세르비아는 유럽에서 인구당 총기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100명당 39명이 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비아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 내전을 겪은 뒤 총기가 널리 퍼졌으나 그동안엔 총기 난사 사고가 드물었다.

당국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27일(현지시각) 부치치 대통령은 집권당인 세르비아진보당(SNS)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다만 대통령직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부치치 대통령은 또 지난 7일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23년 6월 17일(현지시각)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지난달 3~4일 잇따른 두 건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18명이 숨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정부 퇴진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