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도착한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 발리 사임 초투르 스타디움에 위치한 이재민 텐트촌은 군인과 경찰의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었다.
지진 피해로 아직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이재민들에게 외부인들의 접촉을 제한하고 있었다. 현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의 안내를 받은 대한적십자사 현장조사단 일행과 동행해서 기자는 텐트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침 식량 배급을 위해 수십 명의 이재민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이곳 스타디움엔 200여 가구의 이재민들이 밀집해 있다 보니 식사 배급 시간에 맞춰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재민들은 튀르키예 적신월사가 마련한 텐트에서 가족단위로 지내고 있었다.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해서 낮은 따뜻했지만 밤이 되면 모포와 침낭으로 몸을 감싸며 추위를 이겨낸다고 했다. 급식소에서 10일마다 메뉴가 바뀌는 식사로 허기를 달랬고 이재민촌에 마련된 소셜마켓 안에는 각종 생필품과 과자, 먹거리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들은 지금 당장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튀르키예 적신월사 카히 건 팀장은 텐트촌에서 “당장 씻을 물을 비롯한 개인위생용품이 가장 필요하다” 라며 “이곳에서 당분간 먹고 자는 시설을 해결한 이재민은 개인용, 일반적인 위생용품이 많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지 적신월사 직원들도 구조수색 작업 다음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지원함으로써 일상으로의 복귀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진 피해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들이 받은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심리적 지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텐트와 컨테이너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현장조사단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춤과 노래, 그림 그리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소망을 투영했다. 대부분 집을 그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8살 소녀 엘라는 “우리가 더 강해질 때까지 늘 우리와 함께해 주세요”라는 튀르키예 적신월사 구호활동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담은 시 ‘적신월사’라는 시를 지었다. 엘라는 시를 보여주면서 “하루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튀르키예 적신월사 긴급대응센터 방문
튀르키예 적신월사는 지진 발생 직후부터 활동을 시작해 피해를 입은 10개 주에서 6,000명 이상의 직원과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500개 이상 급식 장소에서 매일 300만 명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한적십자사는 튀르키예 적신월사의 지진 구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성금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현금 1억 4천만 원과, 담요 1만 장, 일용품이 들어있는 긴급구호세트 1천 개를 튀르키예 적신월사에 지원했으며 동계용 텐트, 담요, 방한 물품 마련 지원을 위해 튀르키예 적신월사와 협의 후 한화 약 25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현지 적신월사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구호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들 또한 이번 지진의 이재민들이다. 튀르키예 적신월사 직원들은 현장조사단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가족과 지인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앙카라에 있는 한 직원은 친구나 동료가 피해 지역에 있어서 연락이 되지 않거나 피해를 당해 마음 아프지만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재난 재해 대응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구조 활동은 마무리하는 단계이지만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앞으로 생활을 살려 나가기 위한 장기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지난 17일 대한적십자사(회장 신희영, 이하 한적)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이재민의 신속한 구호를 위해 2억 4000만원 규모의 긴급 구호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우선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이하 연맹)을 통해 1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1억 3천만 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후 국내에 사전 비축해둔 긴급구호품 1000세트와 담요 1만 매 등 구호물품을 터키항공을 통해 튀르키예로 보냈고 200억 원 규모의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한적으로 모인 성금도 현지에서 활동 중인 연맹 등을 통해 피난처(쉘터), 식료품, 긴급 구호품 지원 등 이재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인도적 지원 활동에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국내에서 현지로 떠난 긴급구호대(KDRT) 2진에도 참여해 정부와 함께 이재민 구호와 재건복구 사업 추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