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한파가 닥친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겨울나기는 유독 고달팠다. 건물 내 공동 화장실 하수관의 균열 및 동파로 흘러넘친 물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계단에 얼음이 덮였고 난간에 고드름이 달리면서 이날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18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정 모씨는 “오늘만 3번 넘어졌어요.”라고 말하며 얼어붙은 계단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1평 남짓한 쪽방에 포장용 에어캡을 붙여 실내로 냉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모포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올 겨울 가스 요금 인상에 따른 난방비 급등은 취약 계층에게 큰 부담이다.
27일 자 본지 보도 이후 기자는 28일 동자동 쪽방촌 건물을 다시 찾았다. 건물 계단의 얼음과 고드름이 사라지고 원래대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서울시 복지정책실, 안전총괄실, 자치경찰위원회, 서울경찰청이 협업해 한파 피해 복구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전기매트를 배부하고 계단 얼음을 파쇄, 제설용 염화칼슘을 살포하며 동결된 수도를 해빙 조치했다. 서울경찰청은 공용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을 주민들을 위해 인근 공원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했다. 건물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은 “얼어붙은 난간을 잡을 수 없어 균형 감각에 의지해 계단을 올라야 해 불편했는데 빠르게 해결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26일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등 160만가구에 난방비 지원을 2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저소득층 이외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 복지 시설에 자치구와 공동으로 742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은용경 과장은 “사고를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한파 피해를 인지한 즉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숙인들과 쪽방촌 주민들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한번 더 돌아보겠다” 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