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동강국제사진제에 전시된 강원도 사진가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 시리즈'. 삼척시 도계읍 경동탄광 직원이기도한 사진가는 10년간 광부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3년내 폐광이 되어 사라진 광부들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8월 15일/ 사진= 사진가 전제훈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엔 아련함이 있다. 2022년 강원도 영월에서 열리고 있는 2022 동강국제사진제에 올해 전시된 강원도사진가들의 전시 가운데 사진가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 에도 그런 감정이 녹아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어두운 갱도 안에서 석탄을 캐고 막 나온 광부들의 얼굴들이 전시되어 있다. 얼굴에서 코와 입을 둘러싼 하얀 부분은 이들이 착용했던 방진마스크의 흔적들이다.

이 사진들을 촬영한 전제훈 사진가도 석탄 광업이 한창 호황이던 1983년 부터 화약류 관리기사로 일해왔다. 지난 30년간 광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한 사진가는 10년전부터 채굴 현장의 모습 보다 광부들의 얼굴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가는 “앞으로 3년 내에 전국 모든 탄광들이 문을 닫는데, 결국 현장에서 땀흘려 일했던 ‘사람들’이 가장 중요했다”고 했다.

2022동강국제사진제에 전시된 강원도 사진가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 시리즈'. 삼척시 도계읍 경동탄광 직원이기도한 사진가는 10년간 광부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3년내 폐광이 되어 사라진 광부들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8월 15일/ 사진= 사진가 전제훈

세월이 변하면 직업도 달라진다. 화석 연료를 줄이는 전 세계 에너지 정책의 변화 속에, ‘70, ‘80년대 조국 근대화에 앞장서서 일했던 자부심을 가졌던 광부들도 더 이상 젊은이들을 찾을 수 없다.

광부들과 갱도에서 함께 일한, 내부자 입장에서 사진을 촬영한 사진가는, 철저히 모델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촬영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채탄 작업을 마치고 나온 광부들을 갱도 안에서 찍기 위해 사진가는 너무 밝은 스트로보(플래시) 보조광 대신 LED 보조기구를 한 손에 들고 촬영했다. 어두운 데서 스트로보 광선은 시각에 자칫 위험하기 때문이다. 광부들은 아침에 갱도 안으로 들어가면서 배낭안에 세벌을 갖고 간다. 그만큼 탄가루에 덮혀 일하기 때문이다.

모든 마지막엔 사라지는 이들의 슬픔이 묻어있다. 그러나 ‘옛사랑’, ‘광화문연가’등을 썼던 작곡가 이영훈은 생전에 “사라지는 것들 속엔 슬픔과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 사진 속에도 슬픔보다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노동의 당당함이 광부들 얼굴에 살아있다. 에너지를 만들고 기계를 움직여 인간들에게 거대한 기차와 공장, 발전소를 가동시켰던 석탄을 땅속 깊은 곳에 내려가서 직접 캔 이들이 바로 광부들이다.

국내 최고 권위의 사진축제인 영월 동강국제사진제는 올해로 20번째를 맞았다. 올해 전시는 앤셀아담스, 에드워드 웨스턴, 이모센 커닝햄 등 1940년대 미국 서부에서 순수예술사진을 추구했던 F64그룹의 사진들의 ‘국제주제전’과 전 세계 사진가들의 국제공모전, 동강사진가전, 보도사진가전 등이 열린다. 전시는 10월 9일(일)까지.

2022동강국제사진제에 전시된 강원도 사진가 전제훈의 '마지막 광부들 시리즈'. 삼척시 도계읍 경동탄광 직원이기도한 사진가는 10년간 광부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3년내 폐광이 되어 사라진 광부들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8월 15일/ 사진= 사진가 전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