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무서운 재앙입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지야(Zaporizhzhia)주 메리토폴(Melitopol)에 있는 동물원 우리에서 너구리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철조망 사이로 내민 발과 주둥이가 애처롭습니다. 사자, 코끼리 등 몸값 비싼 친구들은 이미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갔지만 이들은 갈 곳이 없어 이곳에 남았습니다. 일부 사육사들이 남아 먹이를 주고 있지만 너구리들이 기다리는 것은 먹이가 아닌 듯합니다.
너구리들의 눈망울 속에서 전쟁전,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던 시절의 기억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무대 위에 선 연예인이었습니다. 너구리들이 기다리는 것은 자신들의 귀여운 모습에 손뼉을 치며 웃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사랑을 받고 웃음을 주었습니다.
전쟁이 그 무대를 빼앗아 갔습니다. 지금은 다시 무대에 서는 날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너구리들의 바램은 이루어 질까요? 오롯이 인간들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