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미국 알래스카를 여행해본 사람들은 산과 들에 지천으로 핀 분홍의 꽃밭에 넋을 잃는다.
알래스카는 여름이 오면 꽃이 피기 시작해 9월 첫 눈과 함께 사라지는 꽃은 바로 ‘파이어위드(fireweed)’로 불리는 분홍바늘꽃이다. 알래스카에서는 ‘분홍바늘꽃(fireweed)’ 군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길게 군락을 이루기도 하고 산 전체가 분홍바늘꽃으로 덮이기도 한다.
바람이 잘 부는 풀밭에 무리지어 피는 다년초로 높이는 1미터 남짓인 분홍바늘꽃은 꽃이 떨어진 뒤 자라는 씨앗주머니가 바늘처럼 길쭉하게 생겨서 ‘바늘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람꽃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에도 백두대간을 따라 설악산과 오대산 등 고산지대에서 드물게 볼 수 있고, 한여름의 백두산에서는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그런데 알래스카의 분홍바늘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건 산불과 관련이 있다. 분홍바늘꽃은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어김없이 자라나 꽃밭을 이루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알래스카의 평균기온은 해마다 상승하고 건조해지면서 산불 피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산불지역도 북진을 계속해 알래스카 중부를 가로지르는 툰드라 지역 전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앵커리지와 제2의 도시인 페어뱅크스를 크게 위협하는 대형 산불이 일어나기도 했다.
산불 피해지역이 늘어나면서 분홍바늘꽃의 군락도 확대되고 산불을 따라 점점 북진을 거듭해 이제는 북극해 가까운 곳에서도 분홍바늘꽃를 볼 수 있다.
알래스카의 대형 산불은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소비자였던 알래스카를 이산화탄소의 생산자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구환경의 균형을 유지해오던 알래스카에서 이제 우리는 이 균형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