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결국 말이 아닌 결과로 증명했다. 손흥민(34, LAFC)이 2026년 첫 필드골을 터트리며 '에이징 커브'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LAFC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1차전에서 크루스 아술(멕시코)을 3-0으로 꺾었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이 전반 3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시즌 2호 골이자 올해 들어 공식전 첫 필드골이었다. 귀중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지난 2월 레알 에스파냐전 페널티킥 득점 이후 10경기 연속 이어졌던 무득점 행진을 끊어내는 데 성공한 손흥민이다.

최근 손흥민은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고, CONCACAF 챔피언스컵과 3월 A매치까지 좀처럼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새로 부임한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 밑에서 전술이 바뀐 점을 고려해도 다른 선수가 아닌 손흥민이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손흥민은 오스트리아전에서 일대일 기회를 놓치며 홍명보호의 0-1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러자 1992년생인 손흥민도 어느덧 만 34세를 앞둔 만큼 노쇠화에 따른 기량 저하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기량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어느 순간 떨어지면 냉정하게 내려놓을 생각"이라며 "그냥 일단 이렇게 골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저는 좀 너무..."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한 손흥민은 "지금 이 자리까지 오면서 당연히 저도 나이가 들었다. 골을 많이 넣었으니까 기대감 높은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다른 분들이 보셨을 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고 몸 상태도 나쁘지 않다"라며 "이러다가 제가 소속팀에 가서 잘하면 어떤 마음이 드실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손흥민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그는 LAFC로 돌아가자마자 펄펄 날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올랜도 시티전에선 전반에만 무려 4개의 도움을 올리고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팀의 6-0 대승을 이끌었다.

기다리던 득점포까지 터졌다. 손흥민은 이날 멕시코 강호 크루스 아술의 골망을 흔들며 비판을 지워버렸다. 움직임부터 마무리까지 손흥민답게 깔끔했다. 그는 수비 사이로 영리하게 빠져나간 뒤 몸을 날리며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를 뚫어냈다.

득점 직후 손흥민이 선보인 세리머니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곧바로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는 대신 손으로 입을 재잘거리는 듯한 제스처를 반복했다. 입 모양은 "블라블라블라(Blah blah blah)"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 더 떠들어 봐'라며 최근 자신에게 쏟아졌던 비판과 의심의 시선을 맞받아치는 분노의 표시로 해석된다.

손흥민의 골로 기세를 탄 LAFC는 이후 두 골을 추가하며 3-0 대승을 완성했다. 전반 39분 다비드 마르티네스가 먼 거리를 단독 돌파한 뒤 센스 있는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그는 후반 13분 다시 한번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멀티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교체되기 전까지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상대 수비를 흔들며 활발히 움직였다. 유일한 슈팅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며 '원샷원킬' 본능을 뽐낸 그는 박수와 함께 벤치로 물러났다. 이제 남은 건 리그 첫 골뿐이다. 과연 손흥민이 다가오는 12일 포틀랜드전에서도 득점하며 MLS 1호 골을 신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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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AFC,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