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적인(electric) 데뷔.’
손흥민이 LA FC에 입단한 지 사흘 만에 MLS(메이저리그 축구) 무대에 데뷔했다. 단 29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팀이 동점을 만드는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MLS 홈페이지는 손흥민의 첫 출전을 메인 뉴스로 올리면서 이렇게 평가했다. “이제 손흥민의 시대가 시작됐다.”
10일(한국 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브리지뷰의 시트긱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FC와 시카고 파이어의 MLS 27라운드 경기. 관중석은 홈팀 시카고의 붉은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 찼지만, 경기의 진짜 주인공은 교체 멤버로 벤치에 앉아 있는 손흥민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시시때때로 경기를 지켜보는 손흥민의 모습을 비췄고, 해설진도 “오늘이 쏘니(손흥민의 애칭)의 데뷔전이 될 수도 있다”며 경기 내용과 무관하게 손흥민을 계속 언급했다. 소셜미디어엔 “쏘니가 왜 선발 출전하지 않았느냐” “언제 교체 투입되느냐” 같은 글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토트넘, 레버쿠젠(독일), 한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손흥민의 이름을 부르는 팬들도 보였다.
손흥민은 지난 7일 LA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일각에선 비자 문제로 당분간 정식 경기를 치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LA FC는 9일 “손흥민의 P-1 비자(체육인 비자)와 국제 이적 증명서 발급 절차가 해결됐다”며 “그가 시카고 원정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손흥민은 팀 훈련장에서 과거 토트넘에서 8년 넘게 한솥밥을 먹었던 주장 위고 요리스(프랑스)를 만나는 영상을 올렸다.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요리스는 훈련장에 들어서는 손흥민을 보면서 “쏘니~”라고 외쳤고, 손흥민은 환하게 웃으며 “집에 온 것 같네”라고 답했다.
1-1로 팽팽한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16분. 마침내 손흥민이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카고 응원단까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새 MLS 스타의 데뷔를 환영했다. 최전방 공격수 손흥민은 투입되자마자 맞은 역습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상대 진영에 쇄도해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손흥민은 아직 새 동료들과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듯 패스 미스를 범하기도 했지만, 아홉 번의 패스 중 여섯 번을 성공시켰다. 세 번의 슈팅으로 직접 상대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LA가 1-2로 뒤진 후반 32분, 손흥민이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침투 능력을 MLS 무대에 제대로 보여줬다.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공을 이어받아 페널티 지역으로 쇄도했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뒤따라온 수비수에게 걸려 넘어졌다. 페널티킥 선언. 손흥민은 이적 후 첫 골 욕심을 내지 않고 드니 부앙가(가봉)에게 키커를 양보했다. LA FC는 페널티킥 골로 2대2 동점을 만들었고,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 경기 후 손흥민은 페널티킥을 얻어낸 상황에 대해 “훌륭한 패스였고, 확실히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서 “열렬히 환호해준 팬들을 생각하면 승점 3을 얻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30분 정도 뛰었고, 동료들과 훈련을 통해 어떻게 나아질지 보겠다”며 “다음 주에는 선발로 나서서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수비수 라이언 홀링스헤드(미국)는 “손흥민의 팬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면서 “불과 30분 동안 그동안 우리가 했던 것과는 급이 다른 활약을 펼쳤다”고 말했다.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챙긴 LA FC는 10승 7무 6패(승점 37)로 서부 콘퍼런스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MLS는 팀별로 34경기를 치른 뒤 콘퍼런스별 상위 8팀이 토너먼트(플레이오프)에 올라 챔피언을 가린다. 정규 시즌 11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LA FC가 무난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LA FC는 이날 시카고를 시작으로 17일 뉴잉글랜드 레볼루션, 24일 FC 댈러스와 원정 3연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