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각) 미국 LA에 있는 MLS(메이저리그 축구) LA FC의 홈구장 BMO 스타디움. LA FC가 리그스컵(미국과 멕시코 팀들이 출전하는 대회) 조별리그에서 멕시코 티그레스 UANL과 맞붙은 가운데 전반 40분쯤 관중석에서 큰 환호성이 터졌다. 축구장 대형 전광판에 ‘Welcome Son Heung-min(손흥민, 환영합니다)’이라는 문구와 함께 경기를 관람 중인 손흥민(33)의 모습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광판 자막은 ‘LA FC 포워드(공격수)’라고 손흥민을 소개했다. LA FC가 공식 입단 계약을 맺기 전에 팬들에게 손흥민의 영입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셈이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 팬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국한 손흥민은 LA에 도착하자마자 LA FC의 리그스컵 홈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BMO 스타디움을 찾았다.

손흥민이 5일(현지 시각) 미국 LA FC 홈구장 BMO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손흥민은 LA FC 공동 구단주 베넷 로즌솔(오른쪽)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도중 전광판에 “LA FC 공격수 손흥민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X

LA FC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6일 오후 2시(한국 시각 7일 오전 6시), BMO 스타디움에서 중대한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도자료는 이례적으로 영어와 한국어 두 언어로 동시에 배포했다. 미국 내 한인 인구(약 32만명)가 가장 많은 도시인 LA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LA FC가 마련한 기자회견은 사실상 손흥민 입단식이 될 전망이다. AP통신은 “손흥민이 LA FC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LA에선 벌써 손흥민 영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경기장 내 구단 공식 매장에서는 이미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손흥민 유니폼이 판매됐다. 경기장을 찾은 손흥민에게 7번 유니폼에 직접 사인을 받은 팬도 등장했다. 현지 교민인 이영섭씨는 “원래 LA 한인 사회에선 과거 홍명보 감독이 뛰었던 LA 갤럭시의 인기가 높고, LA FC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다”며 “원래 LA FC 경기는 30~40달러면 관람이 가능했는데, 손흥민의 첫 홈경기가 될 31일 샌디에이고 FC전은 가장 저렴한 티켓이 90달러, VIP석은 1500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미 스포츠 매체 ESPN이 합성해 만든 LA FC 유니폼을 입고 있는 손흥민 사진. /ESPN 인스타그램
그래픽=김현국

토트넘에서 뛴 10년 동안 유럽 무대 최고 공격수 중 하나로 성장한 손흥민이 유럽 5대 빅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MLS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내년 6월까지 토트넘과 계약이 남아 있었던 그에게 이번 여름은 이적료를 구단에 남기고 떠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팀의 ‘레전드’로서 구단에 보탬이 되고자 한 마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손흥민의 이적료를 2000만파운드(약 370억원)로 추정했으며, 이는 MLS 역사상 최고 이적료다. 참고로 인터 마이애미의 리오넬 메시는 자유계약(FA)으로 MLS에 합류했기에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았다.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 나폴리 등 유럽 명문 구단들도 올여름 손흥민 영입에 나섰지만, 제시한 이적료 규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MLS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안겨줄 수 있었던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제안은 명예를 중시하는 손흥민에겐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내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리그에서 뛰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봉 측면에서도 손흥민은 MLS 내 최고 수준 대우를 받을 전망이다. 영국 매체 ‘기브미 스포츠’는 “손흥민이 MLS 연봉 3위인 세르히오 부스케츠(인터 마이애미·약 870만달러)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MLS 최고 연봉자는 메시로, 2040만달러(약 283억원)를 받는다. 손흥민의 LA행에는 내년 북중미 월드컵 개최지가 미국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또한 2022년 자신의 의류 브랜드 ‘NOS7’을 선보인 그가 할리우드와 패션 산업의 중심지인 LA를 새 보금자리로 택한 것은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영향력 확대를 노린 전략적 행보로도 풀이된다. 손흥민의 새 소속팀 LA FC는 2014년 창단했으며, 2022년 MLS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는 서부 콘퍼런스 6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