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라운드를 치른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순위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노팅엄 포리스트다. 노팅엄은 승점 28(8승 4무 4패)로 당당히 4위에 올라있다. 리그 5연패(連覇)에 도전하는 강호 맨체스터 시티(승점 27)보다 승점을 많이 쌓았다. 18~20위가 2부 리그로 강등되는 EPL에서 2022-2023시즌 16위, 2023-2024시즌 17위로 겨우 2부 추락을 면한 노팅엄으로선 놀라운 성과다.
2023-2024시즌 도중 노팅엄 지휘봉을 잡은 누누 산투(50·포르투갈) 감독은 일관된 4-2-3-1 포메이션으로 팀에 안정감을 주면서 엘랑가와 캘럼 허드슨오도이 등 스피드가 좋은 윙어들을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효과적으로 상대를 공략하고 있다. 21골로 득점은 리그 13위에 그치고 있지만,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실점(19골)이 리그에서 셋째로 적다. 특히 8승 중 6승이 1점 차 승리일 정도로 팽팽한 승부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결사’ 크리스 우드(33·뉴질랜드)가 그 원동력. 노팅엄 ‘포리스트(숲)’에 ‘우드(나무)’라니 이름만 봐도 운명적인 조합이다.
우드는 올 시즌 EPL에서 10골을 넣었다.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엘링 홀란(맨시티·이상 13골), 콜 파머(첼시·11골)에 이은 득점 공동 4위. 잉글랜드 2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뛴 2016-2017시즌 27골을 넣은 적은 있지만, 1부 무대에선 가장 빠른 득점 페이스다. 지난 10월엔 4골로 노팅엄 최초 EPL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다. 우드의 득점 행진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가 골을 넣은 경기에서 노팅엄이 무패 행진(5승 4무)을 달리고 있다는 것. 특히 노팅엄은 최근 우드가 득점한 경기에서 5전 전승을 거뒀는데 모두 결승골은 우드의 몫이었다.
30대 중반 전성기를 맞은 우드는 EPL을 대표하는 ‘저니맨(journey man)’이다. 2008-2009시즌 웨스트 브로미치 유니폼을 입고 EPL 무대를 처음 밟은 이후 레스터 시티와 리즈, 번리, 뉴캐슬 등 10팀을 거쳐 지난 시즌 잉글랜드에서 12번째 팀인 노팅엄 유니폼을 입었다. 임대로 팀을 옮긴 것만 7차례. 191cm의 장신 스트라이커로 뛰어난 공중 볼 경합 능력을 자랑해 많은 팀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한편으론 높은 연봉을 주고 붙잡을 만한 실력은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노팅엄에서 리그 톱 수준 스트라이커로 거듭났다. 우드는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면서 산을 오르면 언젠간 내리막이 찾아온다는 것을 깨우쳤다”며 “그 내리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다시 반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드는 잉글랜드 무대에선 떠돌이 신세였지만 조국 뉴질랜드에선 한국의 손흥민급 위상을 지닌다. A매치 80경기에 나와 41골을 넣어 ‘올 화이츠(뉴질랜드 대표팀 별칭)’ 최다 득점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와일드카드로 출전해 한국 상대로 득점을 올리며 뉴질랜드의 올림픽 역사상 첫 승을 이끌었다. 그의 오랜 꿈은 2010년 이후 월드컵 본선에 다시 나가는 것.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참가국이 48국으로 확대돼 OFC(오세아니아축구연맹)에 본선행 티켓 1.5장이 주어지는데 뉴질랜드는 현재 준결승에 진출해 있다. 우드는 “몇 차례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가 더 축구를 잘하고 싶은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