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소속 로드리고 벤탄쿠르(27)는 지난 14일 고국 우루과이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팀 동료이자 토트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라고 되묻더니 “손흥민 사촌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면서 웃었다. 동양인의 외모는 전부 비슷하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방송 이후 벤탄쿠르가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본인 소셜미디어에 “내 형제 쏘니! 이건 그냥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사랑하는 것 알지?”라는 글을 게시했다.
하지만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에서 토트넘을 담당하는 알리스데어 골드 기자는 “이 우루과이인은 너무 많은 사람을 화나게 했다”며 “손흥민은 이런 멍청한 말을 팀 동료에게까지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래틱, 영국 방송국 BBC 등 각종 유명 매체들도 벤탄쿠르의 발언을 보도했다.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서 줄곧 인종차별 피해자였다. 지난해 크리스털팰리스전에서 한 관객이 손흥민에게 양손으로 눈을 옆으로 찢는 동작을 취했다. 동양인의 눈이 작다는 인종차별 제스처다. 2022년 첼시전,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도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손흥민도 인종차별을 지긋지긋해 한다. 손흥민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을 2대0으로 꺾은 뒤 “어릴 때 독일에서 상상도 못할 인종차별을 많이 당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복수해서 참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했다. 늘 상대를 배려하는 손흥민으로서는 이례적인 경기 소감이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의 대응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할 때마다 “모든 종류의 차별은 혐오스럽고 용납돼선 안 된다. 강력한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왔다. 하지만 이번엔 묵묵부답. 그 탓에 토트넘 소셜미디어 각종 게시물 댓글창엔 “우리 주장에게 존중을 보여달라” “토트넘 팬인 게 부끄러워지고 있다” 등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