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6일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스웨덴에 일격을 당하며 16강에서 탈락했다. 역대 여자월드컵(9회)에서 4번 우승, 한번도 3위 밑으로 떨어진 적 없는 미국으로선 충격이었다. 그런데 보상금은 역대 최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여자 대표팀은 지난 대회(우승)보다 2배 넘는 보상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래픽=김하경

이는 여자 대표팀이 미국축구협회와 지난해 맺었던 단체 협약 덕분이었다.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미국 여자 대표팀은 상금으로 200만달러(약 26억원)를 받았다. 상금은 FIFA(국제축구연맹)가 전 세계 방송사에서 받은 중계료와 입장 수입 등을 모아 배분한다. 남녀 축구는 중계료가 다르다. 전 세계 시청 인구만 해도 남자월드컵(2022 카타르 기준)은 50억명, 여자월드컵(2023)은 20억명 정도. 그래서 FIFA도 남녀 월드컵 출전국 상금을 다르게 책정한다. 미국 남자 축구 대표팀은 그 전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5위에 그치고도 800만달러(약 105억원)를 받았다.

그러자 미국 여자축구 간판 메건 라피노(38)가 2016년 “동일한 노동엔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돈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연방정부에 진정을 넣었다.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미국이 2연패(連覇)에 성공하자 “매번 남자 대표팀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데도 보상이 적다”며 대표팀 동료 28명을 모아 미국축구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협회는 처음엔 “애초에 FIFA에서 적게 주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지만 소동이 커지자 남자 대표팀 선수들을 설득해 결국 남녀 월드컵 상금을 합쳐 균등하게 나누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단체협약을 끝냈다. 그 내용은 월드컵 상금은 남녀 대표팀 상금을 합산한 뒤 협회 몫인 10%를 제외하고 절반씩 배분한다는 게 골자다. FIFA가 이번에 16강에서 탈락한 미국 여자 대표팀에 준 상금은 292만5000달러(약 38억원), 미국 남자 대표팀이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서 받은 상금은 1300만달러(171억원). 이 두 상금을 합친 1463만5000달러에서 협회 몫(10%)을 뺀 나머지를 절반으로 나눠 이번에 여자 대표팀은 731만2500달러(약 96억원)를 받게 됐다. 지난 2019년 월드컵 우승 당시 273만달러(약 35억원)의 2배가 넘는다.

미국이 깃발을 들자 영국, 남아공, 캐나다 등 여자 축구 대표팀도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53·스위스) FIFA 회장은 다음 월드컵에서는 남녀 상금을 동등한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약속하면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상금 배분이 이뤄질지 축구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