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발이 없는 축구 선수가 상대 진영에서 자리를 고르며 기회를 엿보다 동료의 패스가 날아오자 목발에 의지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러곤 환상적인 오른발 시저스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경이로운 골 영상은 전 세계로 퍼졌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폴란드 장애인 축구 리그에서 뛰는 마르친 올렉시(36·바르타 포즈난)가 가장 멋진 골을 터뜨린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작년 11월 환상적인 골로 팀 승리를 이끈 올렉시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더 베스트 FIFA(국제축구연맹) 풋볼 어워즈 2022′ 시상식에서 올해 최고의 골을 터뜨린 선수에게 수여하는 푸슈카시상을 받았다. 이 상은 헝가리의 전설적인 선수 푸슈카시 페렌츠(1927~2006)를 기리기 위해 2009년 제정됐다. 손흥민(토트넘)이 2019년 12월 번리전에서 폭풍 같은 70m 드리블에 이은 골을 터뜨리며 2020년 이 상을 받았다.
장애인 선수로 처음 이 상을 받은 올렉시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복받치는 감정에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내가 혼자 넣은 골이 아니라, 장애가 있는 모든 축구 선수가 함께 넣은 골이라 생각한다”며 “바보같이 들리겠지만, 나는 다리가 없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이상 파리 생제르맹) 등 시상식에 참석한 세계적 스타들이 활짝 웃으며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사고로 다리 잃은 후 다시 일어나
올렉시는 23세이던 2010년 11월 철도 공사장 작업 도중 선로를 벗어난 차량에 치여 다리가 으스러졌다. 수술 후 깨어나 다리가 없어진 걸 알게 된 올렉시는 절망에 빠졌다. 그는 한 폴란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휠체어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울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폴란드 하부 리그 골키퍼와 공사장 인부 생활을 병행하던 올렉시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올렉시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한 이는 사고 당시 아내 배 속에 있었던 아들이었다. 올렉시는 사고 이후 수년이 지나 아들과 함께 처음 공을 차러 간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아들과 축구하며 어마어마한 행복을 느꼈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훈련을 거듭한 그는 ‘절단 장애인 리그’의 바르타 포즈난에 입단했다. 과거 재능 있는 선수였던 올렉시는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장애인 국가 대표팀에 승선하는 영예도 누렸다. 올렉시는 “내 삶은 나쁜 방향으로 갈 수 있었지만 나는 시련을 이겨냈다. 축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푸슈카시상 후보들은 쟁쟁했다. 히샤를리송(브라질·토트넘)이 월드컵에서 넣은 환상적인 시저스킥부터, 음바페가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터뜨린 발리슛 골도 있었다. 하지만 후보 총 11명 중 전문가·팬 투표를 거쳐 올렉시가 최종 선정됐다. 일반인도 쉽게 따라하지 못할 정도로 균형 잡힌, 아름다운 골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히샤를리송은 시상식에서 올렉시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당신의 골은 걸작이다.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줬다”고 적었다.
◇메시 “월드컵 우승, 가장 아름다웠던 일”
축구 황제 메시는 이날 시상식에서 최우수 남자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각종 트로피를 수집한 메시가 그간 이루지 못한 건 바로 월드컵 우승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7골 3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조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커리어 정점을 찍은 메시는 각국 대표팀 감독·주장, 미디어, 팬 투표를 종합한 결과 52점으로 음바페(44점)를 제쳤다.
메시가 이 상을 받은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며, 통산 7번째(2009~2012, 2015, 2019, 2022)이다. 이 상은 FIFA가 1991년 제정했고 2010년부터 발롱도르와 통합해 ‘FIFA 발롱도르’라는 이름으로 시상하다가 2016년 다시 분리됐다. 메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꿈꿨던 월드컵 우승을 이뤘다. 내 경력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며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각종 부문 수상을 휩쓸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르헨티나·애스턴 빌라)가 최우수 골키퍼상을,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사령탑이 감독상을 받았다. 월드컵 기간 열정적인 응원을 보낸 아르헨티나 팬들은 ‘올해의 팬’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