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대니얼 레비 회장은 팬들 사이에서 ‘짠돌이’(stingy)라고 불린다. 2001년부터 구단 운영을 맡아 꾸준히 중상위권의 성적을 내고는 있지만, 투자엔 몸을 사려 최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는 맥락이 담겼다. 잭 그릴리시(맨체스터 시티), 브루노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그가 한 끗 차이로 놓쳤던 정상급 선수들이다. 실제로 그와 협상을 했던 다른 팀 구단주들은 한 푼이라도 깎으려는 레비 회장의 구두쇠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는 일화가 많다.

그런 레비 회장이 이번 여름엔 달라졌다. 이달 초 유럽 축구 이적 시장이 열림과 동시에 공격적인 영입에 나서고 있다. 2007-2008 시즌 칼링컵(리그컵) 우승이 마지막이었던 토트넘을 다음 시즌 어떤 대회든 정상에 올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특히 다음 시즌 출전권을 확보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최우선으로 노린다.

공격수 히샤를리송(왼쪽), 수비형 미드필더 비수마

◇수비 보강 성공한 토트넘

토트넘은 지난 시즌 불안했던 수비를 보강하는 데에 집중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수비형 미드필더인 이브 비수마(말리)에게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세 시즌간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에서 뛰었던 비수마는 맨체스터 시티와 애스턴 빌라 등 많은 팀이 원하던 선수였는데, 토트넘이 영입 경쟁에서 승리했다. 아프리카계 특유의 긴 다리와 함께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게 장점이다. 전 토트넘 선수 앤드로스 타운센트는 “태클로 공을 가로챈 뒤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라고 평했다.

양쪽 측면 수비가 소화 가능한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의 이반 페리시치(크로아티아), EPL 사우샘프턴의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잉글랜드)도 다음 시즌 토트넘 유니폼을 입는다. 토트넘은 이에 그치지 않고 클레망 랑글레(FC바르셀로나)와 요스코 그라브디올(라이프치히) 등 중앙 수비수에도 눈독을 들인다.

◇공격진엔 브라질의 히샤를리송

토트넘은 공격진에도 새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지난 2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브라질의 공격수 히샤를리송(25)이 토트넘과 계약 합의를 마쳤고, 공식 발표만을 남겨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히샤를리송은 지난 시즌 EPL 에버턴에서 30경기를 뛰면서 10골을 터뜨렸다.

새 공격수의 영입에도 손흥민이 플레이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지난 시즌 내내 손흥민-해리 케인-데얀 클루세브스키 3인방을 대체할 마땅한 백업 공격수가 없어 애를 먹은 바 있다. 히샤를리송은 이 셋 중 하나를 대신할 교체 선수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잉글랜드 ‘기브미스포르트’는 “히샤를리송은 콘테 감독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라며 “공격진 어디서든 뛸 수 있어 한 명이 빠져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날두, 네이마르는 잔류에 무게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인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체면을 구겼다. 어리고 기량이 뛰어난 킬리안 음바페(24)와 엘링 홀란(22)을 동시에 영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보란 듯 외면당했다. 음바페는 소속팀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 잔류했고, 홀란은 아버지가 뛰던 EPL 맨체스터 시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날 거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는 오는 7월 시작할 팀 훈련에 참가할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잔류에 무게가 쏠린다. 그는 지난 시즌 EPL에서 18골을 넣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PSG의 네이마르는 음바페가 재계약과 함께 구단 운영권 일부를 얻음에 따라 팀 내 입지가 좁아져 이적이 점쳐졌지만,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해 일단 팀에 남아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