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토트넘)이 13일 아스널과 리그 홈 경기에서 2-0으로 앞서던 후반 2분 상대 센터백 가브리엘이 넘어지며 발 끝으로 쳐낸 공을 재빠르게 달려들어 골로 연결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쐐기골로 아스널에 3대0으로 승리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021-2022시즌 올해의 선수 후보에 공식 선정됐다. PL 사무국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을 비롯해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무함마드 살라흐(이상 리버풀), 제로드 보웬(웨스트햄) 주앙 칸셀루, 케빈 데브라위너(이상 맨체스터시티), 부카요 사카(아스널), 제임스 워드 프라우스(사우샘프턴) 등 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이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의 선수는 17일까지 팬 투표, 20명의 팀 주장, 축구 전문 패널들의 투표로 진행된다.

손흥민은 올해의 후보로 선정되기에 앞서 이날 열린 아스널전에서 시즌 21호,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면서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득점왕 경쟁 중인 살라흐(22골)와의 격차를 한 골로 좁혔다. 살라흐는 4경기 연속 침묵 중이다. 현재 리그 5위인 토트넘은 이날 3골에 모두 관여한 손흥민의 활약을 앞세워 승점 65를 기록, 4위인 아스널(승점 66)과의 승점 차를 1로 좁혔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4위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거머쥔다.

◇'원맨쇼’로 완승 이끌다

손흥민은 이날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선제골을 이끌어내는 페널티킥을 유도한 데 이어 수비수의 퇴장을 이끌어 내고, 후반 2분 쐐기골까지 터뜨리는 ‘원맨쇼’를 펼쳤다. 최근 8경기 10골로 물 오른 골 감각을 보여준 손흥민은 아스널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 여러 차례 넘어졌다. 하지만 흥분하지 않고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다. 0-0으로 맞선 전반 20분 팀 동료가 크로스를 올릴 때 수비수 사이를 파고 들어 좋은 위치를 점하면서 상대 측면 수비수 세드리크 소아르스의 반칙을 이끌어내 페널티킥 기회를 얻어냈다. 동료인 해리 케인이 오른쪽 골망을 흔들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전반 26분엔 빠른 돌파로 자신을 전담 마크하던 중앙 수비수 롭 홀딩이 두 팔로 잡아 끌게 만들어 옐로카드를 받게 했다. 홀딩은 7분 후 팔꿈치로 손흥민을 가격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토트넘은 이후 수적 우위 속에 주도권을 잡았다.

손흥민은 1-0이던 전반 37분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이끌어냈다. 그가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헤딩으로 아스널 골대 왼쪽으로 떨어트리자, 케인이 넘어지면서 머리로 밀어 넣었다. 손흥민은 2-0으로 앞선 후반 2분엔 상대 골 근처 혼전 중 흘러나오는 공을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이 골로 올 시즌 유럽 5대 리그에서 21골 이상 넣은 11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34골·독일 바이에른 뮌헨), 카림 벤제마(27골·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킬리안 음바페(24골·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함께였다.

◇왜 페널티킥 안 찼나, 왜 교체됐나

만약 손흥민이 살라흐와 득점 동률로 시즌을 마치면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서 아시아 선수 사상 첫 득점왕이 된다. 프리미어리그는 공동 득점왕을 인정한다. 그러기에 이날 아스널전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이날 득점 1위로 올라설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첫 번째 페널티킥을 이끌어냈음에도 페널티킥은 케인이 넣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4위 싸움의 분수령이었던 이 경기 페널티킥을 케인에게 맡겼다. 케인은 프로 무대에서 59차례 페널티킥 중 51개를 성공해 성공률이 86%에 가까웠다. 손흥민은 11차례 시도해 7개를 넣었으나, 올 시즌에는 아예 페널티킥을 차 본 적이 없다. 콘테 감독은 경기 후 “나는 케인이 실수한 걸 본 적이 없다. 당연히 들어갈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손흥민은 또 상대적으로 이른 후반 27분 동료와 교체돼 추가골을 터뜨릴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인지 그라운드를 나오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은 “더 뛰고 싶었지만, 감독님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콘테 감독도 미안한 듯 벤치로 들어오는 손흥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경기 후에도 뒤에서 안아줬다. 콘테 감독은 “(빡빡한 일정 탓에) 손흥민은 쉬어야 했다. 그가 일요일에 골을 넣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토트넘은 이틀 뒤인 15일 번리와 홈에서 37라운드(총 38라운드)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