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함께 깬 형제! 새로운 골 기록을 세우면서 리그 전설들과 함께 서니까 특별한 기분이에요.”

케인의 롱패스 받은 손흥민, 오른발로 골망 갈라 - 손흥민이 26일 밤 리즈 유나이티드와 벌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40분 해리 케인의 롱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네 번째 골을 넣는 모습. 손흥민과 케인은 이 골로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퍼드를 제치고 EPL 역대 최다 합작골 신기록(37골)을 세웠다. 손흥민은 또 리그 10호 골로 2016-2017시즌부터 6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이어갔다./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은 2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팀 동료 해리 케인(29)과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적었다. 국내외 팬들은 “역사상 최고 듀오” “새 역사 제조기” “사이 좋은 부부 같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손흥민은 26일 밤 리즈 유나이티드와 벌인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40분 케인의 패스를 받아 쐐기골을 넣었다. 2015-2016시즌부터 토트넘에서 7시즌째 발을 맞춘 둘은 EPL에서 37번째 골을 합작하면서 2012년 2월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와 프랭크 램퍼드가 작성했던 종전 리그 역대 최다 합작골(36골)을 10년 만에 갈아치웠다. 작년 3월 EPL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 신기록(14골)을 26년 만에 세웠던 손흥민과 케인은 ‘기록 파괴자’란 명성을 이어갔다.

◇리그 10호 골…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손흥민과 케인은 이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콤비 플레이로 골을 만들었다. 토트넘 진영 중앙에서 공을 잡은 케인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2명 뒤로 침투하는 손흥민을 보고는 그대로 40m짜리 롱패스를 띄웠다. 손흥민은 질주하면서 왼쪽 허벅지로 트래핑을 한 다음 오른발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곧바로 케인을 향해 달려가 얼싸안았다. 케인이 손흥민과 어깨동무를 하며 관중석을 향해 왼 주먹을 불끈 쥐자, 손흥민은 오른손으로 케인을 가리켰다. 케인 덕분에 대기록을 달성했다는 의미였다.

이 득점은 손흥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골이다. 손흥민의 올 시즌 리그 10호 골로 그는 2016-2017시즌부터 6시즌 연속 정규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이어갔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1981-1982시즌부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운 5시즌 연속 10득점 이상 기록을 넘어섰다. 손흥민은 올 시즌 케인(8골)을 제치고 팀 내 리그 득점 1위다. 부상 등으로 인한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리그 전체로 득점 공동 4위를 달린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공식전에서 11골을 넣었다.

◇출퇴근도 함께… ”가끔 텔레파시 통하는 듯”

EPL에서 손흥민은 케인의 19골을, 케인이 손흥민의 18골을 어시스트했다. 서로 절반씩 도와준 셈이다. 이는 램퍼드가 드로그바의 24골, 드로그바가 램퍼드의 12골을 도운 것과 다르다. 미드필더인 램퍼드는 최전방 공격수 드로그바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는 데 주력했다. 반면 손흥민과 케인은 둘 다 공격수이다. 발이 빠르고 양발을 잘 쓰는 손흥민은 주로 측면 공격수로 나선다. 위치 선정과 슈팅이 좋은 케인은 최전방에 포진한다. 공격수이면서도 시야가 넓고 패스 능력이 좋은 둘은 상대 수비에 따라 2선과 측면을 오가며 서로의 공격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패스하면서 콤비 플레이를 펼친다.

둘이 처음 골을 함께 만든 것은 2016년 9월 스토크시티전이었다. 당시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케인이 마무리했다. 2019-2020시즌까진 손흥민이 케인의 13골을 어시스트하며 도우미 역할을 많이 했다. 케인은 같은 기간 손흥민의 7골을 도왔다. 케인에 대한 상대팀 집중 견제가 심해지고 팀 내 손흥민 위상이 높아지면서 2020-2021시즌부턴 케인이 손흥민을 더 많이 도왔다. 케인이 손흥민의 11골을 돕고, 손흥민은 케인의 6골을 어시스트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출퇴근을 같이할 정도로 친해졌다. 손흥민은 작년 1월 “케인과 가끔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인은 26일 경기 후 “손흥민과 오랜 기간 함께 뛰었고 서로를 잘 안다”며 “오늘 마지막 골처럼 내가 패스하려고 하면 손흥민은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 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새 기록을 세워 대단히 영광스럽다”면서도 “승리해서 승점 3점을 챙긴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부진한 팀 성적을 생각한 것이다. 토트넘은 리즈전 이전까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했지만, 이날 대승으로 7위(승점 42·13승 3무 9패)로 한 계단 올라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