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25)이 울버햄프턴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골맛을 봤다. 스페인 마요르카의 이강인(20)도 새 팀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종아리 부상 중인 프리미어리거 손흥민(29·토트넘)은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태다.

◇'늑대로 변신한 황소’의 포효

별명이 ‘황소’인 황희찬은 12일 왓퍼드 원정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38분 쐐기골을 뽑아 2대0 승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달 말 독일 분데스리가의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프턴으로 옮겨온 그는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한 역대 여덟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황희찬은 0-0으로 맞서던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왼쪽 공격수로 뛰었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29분 상대 자책골로 앞서나갔다. 9분 뒤엔 페르난두 마르사우가 동료의 크로스를 골 지역 왼쪽에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는데, 공이 수비수 몸에 맞고 흐르자 황희찬이 왼발로 밀어 넣어 승리를 결정지었다.

울버햄프턴의 황희찬이 12일 왓퍼드 원정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첫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황희찬은 최근 한국 대표로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두 경기를 뛰느라 울버햄프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비디오로 경기 분석을 하며 데뷔전을 준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울버햄프턴은 개막부터 3경기 내리 0대1 패배를 당하다 첫 승리를 따냈다. 유일한 ‘필드골’의 주인공이 황희찬이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그에게 준 평점(7.6점)은 울버햄프턴의 아다마 트라오레(8.0점) 다음으로 높았다. 구단은 SNS 게시물에 황희찬의 골 동영상과 ‘울브스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글, 팀의 상징인 늑대 문양 등을 띄웠다.

황희찬은 인스타그램에 한글로 ‘꿈꾸던 무대에서 골... 멀리서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황의조(보르도·프랑스)와 이승우(신트트라위던·벨기에)도 불꽃 등의 이모지를 남기며 축하했다.

프리메라리가(스페인)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에 새 둥지를 튼 이강인은 12일 아틀레틱 빌바오 원정에서 후반 27분 교체 선수로 들어가 20분쯤을 소화했다. 마요르카는 0대2로 졌다.

◇손흥민 23일 황희찬과 대결 불발?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은 11일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해리 케인-델리 알리-루카스 모라가 공격진을 이뤘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후반 13분 수비수 자펫 탕강가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흐름을 내줬다. 후반 31분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내준 이후 두 골을 더 허용했다.

개막 3연승을 달렸던 토트넘은 시즌 첫 패배 쓴맛을 봤다. 오른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손흥민의 공백이 커 보였다. 누누 산투 토트넘 감독은 경기 전 손흥민의 몸 상태에 대해 “좋지는 않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이라크전에 나선 이후 오른 종아리에 이상을 느꼈다. 근육 염좌 진단을 받아 7일 수원에서 열린 레바논전은 빠졌다. 영국으로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았는데, 구단 측이 결과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현지에선 손흥민이 20일 첼시와의 리그 홈경기도 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토트넘은 23일에는 황희찬이 가세한 울버햄프턴과 리그컵 3라운드에서 만난다.

손흥민이 오래 결장할 경우 다음 달 월드컵 최종예선 3-4차전을 치러야 하는 한국 대표팀의 고민은 커진다. 지난 레바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권창훈(수원 삼성)도 오른 종아리 근육 미세 파열로 4주 진단을 받아 전력 손실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