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크리스! 힘내. 사랑한다.”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28)는 13일 러시아와 벌인 유로 2020(유럽축구선수권) B조 1차전(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전반 10분 선제골을 넣은 다음 사이드라인 밖의 중계 카메라 쪽으로 달려가 이렇게 외쳤다. 마치 바로 앞에 서 있는 친구에게 얘기하듯 두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얼굴을 가까이 댔다.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섞은 루카쿠의 메시지는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29)에게 전한 것이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덴마크)이 유로 2020 핀란드전 도중 심장마비 증세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모습. 그는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다행히 의식을 되찾았다. /AP 연합뉴스

에릭센은 앞서 핀란드와의 B조 첫 경기(덴마크 코펜하겐) 전반 42분 무렵 상대 진영 왼쪽 측면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호흡과 맥박이 급격히 약해지는 등 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한 끝에 다행히 의식을 찾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90분가량 중단됐다가 재개된 경기에선 핀란드가 후반 15분 요엘 포얀팔로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이겼다. UEFA(유럽축구연맹)는 에릭센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하며 쾌유를 기원했다.

루카쿠도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에서 함께 뛰는 에릭센을 위해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후반에 한 골을 추가하며 벨기에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루카쿠는 벨기에 공용어 중 하나인 네덜란드어를 비롯해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 에릭센 역시 암스테르담에 연고를 둔 아약스에서 유소년을 거쳐 프로에 데뷔했기 때문에 네덜란드어를 알아듣는다. 에릭센은 아약스와 토트넘(잉글랜드)을 거쳐 지난 시즌부터 인터 밀란에서 뛰고 있다.

토트넘에서 에릭센과 한솥밥을 먹었던 손흥민(29)은 인스타그램에 “내 모든 사랑을 너와 네 가족에게 보낸다. 힘내, 형제여”라는 글과 함께 하트, 기도하는 손 모양의 그림문자를 남겼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는 “경기장에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적었고, 잉글랜드의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은 “에릭센과 그 가족에게 기도를 보낸다”고 전했다.

덴마크 대표로 109경기에서 36골을 터뜨린 에릭센은 병원에서 동료 선수들과 영상 통화를 할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고 알려졌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메디컬 테스트에서 심장 관련 이상이 발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