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시즌 22호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 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개인 기록’은 유럽 프로축구 무대 11년을 통틀어 최고다. 그런데 마음껏 웃을 수가 없다.

토트넘(잉글랜드)의 손흥민(29)이 8일 리즈 유나이티드와 벌인 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25분 동점골을 넣었다. 델리 알리가 페널티박스 앞쪽에서 밀어준 공을 받아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공간을 파고드는 타이밍과 골 결정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1대3으로 지며 7위(승점 56·16승8무11패)가 됐다. 흩뿌리는 비를 맞으며 뛰었던 토트넘 선수들은 조용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손흥민은 최근 정규리그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모든 공식전을 통틀어선 22번째 득점. 토트넘에서 맞은 두 번째 시즌이던 2016-2017시즌의 21골을 넘어 한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을 세웠다. 정규리그만 따졌을 때 17골을 넣은 손흥민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던 유럽 무대 한국선수 정규리그 최다골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차 전 감독은 1985-1986시즌 레버쿠젠 소속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7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모든 대회에서 도움 17개(정규리그 10개)를 올리고 있다. 공격포인트는 39개를 쌓아 지난 시즌 30개(18골·12도움)를 훌쩍 넘겼다. 남은 정규리그 3경기에서 골이나 도움 1개를 추가하면 공격포인트 40개를 채운다. 두 시즌 연속 10-10(10골-10도움)은 토트넘 구단 사상 손흥민이 처음이다.

이 같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그는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했다. 준우승만 두 번 했다. 지난달 26일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졌고, 2019년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선 리버풀에 패배했다. 차 전 감독이 독일에서, 박지성 전북 어드바이저가 잉글랜드에서 뛰며 국내 대회와 유럽 클럽대항전 우승을 경험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손흥민의 ‘무관(無冠)’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리그 4위 이내)을 노리는 토트넘으로선 남은 정규리그 3경기에서 최대한 승점을 따내고, 다른 상위 팀들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