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부 사우샘프턴의 세인트메리 스타디움에 ‘손흥민 골 폭풍’이 몰아쳤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손흥민(28)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골(4골) 기록을 세웠다. 20일 사우샘프턴과 벌인 2020-2021시즌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한 그는 전반 한 골, 후반에 세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2017년 3월 FA(축구협회)컵 경기에서 3부리그 팀이었던 밀월을 상대로 세 골을 넣은 적이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시절에도 두 번 해트트릭(한 경기 3골)을 했다.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에서 해트트릭을 넘어 4득점을 하기는 이날이 처음이다.

'수퍼 손데이(SONday)'였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일요일인 20일 사우샘프턴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고 나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네모를 만들어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큰 사진). 그는 이날 전반에 한 골, 후반에 세 골을 넣으며 프로 데뷔 후 처음 한 경기 4골을 기록했다. 양발을 모두 잘 쓰는 그는 이날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순으로 골 맛을 봤다(작은 사진 왼쪽부터). /AP 연합뉴스·로이터 연합뉴스

손흥민은 0-1로 뒤지던 전반 추가 시간에 골 퍼레이드의 신호탄을 쐈다. 역습 상황에서 탕귀 은돔벨레와 해리 케인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받은 다음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돌진,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다시 케인의 어시스트를 두 번째 골로 연결했다. 상대 수비진 뒤쪽으로 침투해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드리블하며 왼발로 슈팅해 골 그물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후반 19분에도 케인의 전진 패스를 잡고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 들어가 오른발로 해트트릭에 성공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9분 뒤인 후반 28분 케인이 상대 진영 오른쪽에서 띄워준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하고 나서 왼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3, 4번째 골을 넣고 손가락 3개와 4개를 펴 보였던 손흥민은 경기 후 골키퍼 위고 요리스가 챙겨준 공을 받아 들었다. 이날 손흥민의 4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던 스트라이커 케인은 후반 37분 문전 혼전 중에 직접 골을 넣었다. 경기가 끝난 후 흐뭇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그라운드를 떠난 둘은 축구 전문 통계 업체 ‘후스코어 닷컴’이 매긴 평점에서 10점 만점을 받았다. BBC 평점에선 손흥민이 9.04, 케인이 8.64점이었다. 손흥민은 중계 방송사 인터뷰에서 4번의 어시스트를 해 준 케인에게 감사를 전하며 “우리는 서로가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뤄 나가겠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5대2로 사우샘프턴에 대승하며 지난 14일 정규리그 홈 개막전 패배(0대1·에버턴)의 불안감을 씻었다. 손흥민은 에버턴전에 이어 18일 불가리아 로코모티프 플로브디프와 벌인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2차 예선(2대1 승)까지 출전했으나 골 맛은 보지 못했다. 불가리아까지 왕복 5300㎞의 여정을 마치고 이틀 만에 다시 뛰는 강행군 속에서도 왕성한 체력으로 믿기 어려운 득점 행진을 했다. 그는 앞서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6골 4도움(11경기)으로 강했다. 2018년 12월엔 자신의 유럽 1군 무대 통산 100호 골을 사우샘프턴전에서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를 했던 토트넘은 이번 시즌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적 측면 공격수인 개러스 베일(31)을 영입했다. 토트넘은 20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베일을 1년 임차했다. 그는 2020-2021시즌 등번호 9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케인, 베일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됐다.

베일은 사우샘프턴의 유스를 거쳐 지난 2006년 프로에 데뷔했고, 이듬해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2013-2014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을 떠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옮겼다. 측면 공격수인 그는 스페인에선 7시즌 동안 249경기에 출전해 105골을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4번 경험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만 통산 3골을 넣었다. 현재 무릎이 좋지 않은 그는 10월 A매치(국가대항전) 이후 토트넘에 합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