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머피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이 지난 5월 시카고 컵스 경기를 앞두고 올해 팀에 합류한 외야수 다즈 캐머런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머피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리더십 덕분에 브루어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30팀 중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강은 내셔널리그(NL) 중부지구 선두 밀워키 브루어스다. 18일(한국 시각) 신시내티 레즈에 2대3으로 져 연승 행진이 ‘14’에서 멈췄지만, 78승 45패(승률 0.634)로 양대 리그 유일의 ‘6할 승률’을 기록 중이다. 인구 57만명 밀워키를 연고로 한 브루어스의 올 시즌 선수 총 연봉은 1억1309만달러로 MLB 30팀 중 23위. LA 다저스(3억4072만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한 대표적인 ‘스몰 마켓(저예산)’ 팀이다. 전국적인 스타가 없어 팻 머피(67) 브루어스 감독이 “우리 팀 선수 5명의 이름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브루어스가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으로 머피 감독의 리더십을 꼽는다. 그는 선수나 감독으로서 메이저리그와 인연이 없는 ‘무명’이었다. 대학 시절 포수와 내야수로 뛴 그는 198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했지만,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가 은퇴했다. 이후 대학팀을 맡아 지도자 재능이 꽃피기 시작했다. 1988년부터 2009년까지 노터데임대와 애리조나주립대 감독으로 통산 947승(400패 2무)을 올렸다. 머피 감독은 지난 2016년 브루어스에 합류해 8년간 코치를 맡다가 2024년 감독으로 승격했다. 66세의 MLB 초짜 감독은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고, NL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았다.

그래픽=이진영

◇개인의 공(功)을 뽐내지 마라

브루어스의 홈구장 아메리칸 패밀리필드 라커룸엔 선수단 명단이 적힌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있고, 몇몇은 이름에 ‘체크’ 표시가 붙어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까지 포함해 누구라도 “내 안타가 결정타였다” “내 작전이 들어맞았다” “내가 뽑은 선수가 활약했다”같이 자랑을 하거나 자신의 영향력을 뽐내는 행동을 하면 이름 옆에 ‘체크’가 추가된다. 머피 감독은 평소 “스몰마켓 팀일수록 규율이 필요하고, 팀보다 개인이 앞서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며 이런 ‘체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런 팀 정신은 브루어스의 플레이 스타일로도 나타난다. 팀 홈런 131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8위에 그치지만, 출루율(0.333)과 도루(135개)는 전체 2위다. 개인 성적을 위한 장타를 노리기보다 선수들은 출루에 신경 쓰고, 한 베이스씩 더 나가서 득점을 올리는 데 신경을 쓰는 것이다. 머피 감독은 “우리 팀의 ‘평범한 조(Average Joes)’들의 플레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조’는 우리나라의 ‘철수’처럼 평범한 남자를 상징하는 이름이다.

◇지시가 단순해야 성과가 난다

머피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지도할 때에도 지키는 원칙이 있다. “지시가 명확하고 간단해야 선수가 따를 수 있고, 성과로 이어진다”는 신념이다. 그의 지도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모호한 말 대신 구체적으로 해야 할 행동을 지정하고, 매일 같은 방식으로 점검하니 선수들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합류한 투수 퀸 프리스터(25)에게 “싱커는 바깥쪽으로 낮게 던져라. 주자 견제 필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까지 평균자책점 6점대의 그저 그런 투수였던 프리스터는 올해 23경기에서 11승 2패 평균자책점 3.48로 맹활약 중이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부진을 겪다 팀에 합류한 1루수 앤드루 본(27)에게 요구한 건 “스트라이크만 쳐라. 안 지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간다”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본은 브루어스에서 31경기 타율 0.327, 9홈런, 35타점을 올리고 있다.

◇유머로 선수와 신뢰를 구축한다

머피 감독이 자부하는 자신의 최고 강점은 ‘유머 감각’이다. “권위를 덜어낸 유머는 긴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신뢰를 채운다”라는 게 머피 감독의 설명이다. 1루에 출루한 타자가 벤치의 도루 사인에도 주저하자 머피 감독은 갑자기 수비 중인 상대팀 1루수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우리 선수한테 2루로 뛰라고 좀 얘기해줘.” 실제 경기 중 있었던 일이다.

그는 모든 선수들을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르는데, ‘감독이 왜 나를 저렇게 부르지?’라고 어리둥절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팀에 ‘머피 감독의 별명 설명책’이 따로 있다고 한다. 머피 감독이 상의 주머니에 팬케이크나 와플 같은 간식을 넣고 다니다가 선수들에게 건네주는 것은 브루어스의 일상이 됐다. 구단은 여기서 착안해 최근 홈 구장에서 ‘머피 감독의 포켓 팬케이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맷 아널드 브루어스 단장은 “머피 감독은 선수와 코치, 구단 스태프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는 훌륭한 연결자”라며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메이저리그에서 승리 공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