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의 선택은 다저스였다. 키움 김혜성(26)이 LA 다저스에 입단한다. 다저스는 “김혜성과 3년 1250만달러(약 184억원)에 2028년과 2029년 연장 계약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2028~2029년 연장 계약을 하면 5년 최대 2200만달러(약 324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계약 마감 시한 3시간을 앞둔 시점이었다. 김혜성은 한국 선수로서 포스팅(이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는 9번째 선수가 됐다. 다저스는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월드시리즈) 챔피언이면서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가 뛰던 한국과 인연이 남다른 구단이다.
김혜성은 지난달 4일 MLB 사무국이 포스팅을 고지한 뒤 미국 현지에서 훈련과 협상을 이어갔지만 계약 소식은 좀처럼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LA 다저스를 비롯해 시애틀 매리너스, LA 에인절스 등 구단 5곳에서 제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인절스는 다저스보다 좋은 5년 2800만달러(약 412억원)를 제안했지만 김혜성은 오타니 조언과 아시아 선수가 적응하기 좋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다저스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성은 작년 미국 진출을 위해 CAA스포츠와 소속사 계약을 했는데, 오타니 역시 CAA스포츠 소속이다. CAA스포츠 측은 “김혜성이 이번 협상 기간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오타니가 직접 여러 조언을 해줬고 이런 부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혜성의 다저스행이 확정되자 오타니는 소셜미디어에 김혜성 사진과 함께 한글로 “환영합니다 친구야”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 투수 마운드에 선 오타니 뒤로 김혜성이 2루를 지키는 장면도 기대해볼 수 있다. 김혜성은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해 메디컬 테스트를 거쳐 정식 입단 절차 후 2월부터 열리는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혜성은 동산고를 나와 2017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7순위로 넥센(현 키움)에 지명됐다. 2년 차인 2018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며 공수주를 두루 갖춘 국내 최정상 2루수로 성장했다. 골든글러브를 네 차례 수상했고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도 기여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8시즌 통산 953경기에 출장해 평균 타율 0.304 1043안타 37홈런 386타점 211도루를 기록했다.
다저스는 작년 3월 서울에서 열린 MLB(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당시 다저스와 한국 대표팀 평가전에서 김혜성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브랜드 곰스 다저스 단장은 “과거 우리와 경기에서 그가 보여준 역동성과 폭발력이 정말 돋보였다. 그러한 유형의 운동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를 팀에 더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김혜성은 앞으로 험난한 주전 경쟁을 헤쳐나가야 한다. 다저스는 일단 김혜성을 40인 명단에 등록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26인 명단에 들어야 한다. 곰스 단장이 “김혜성은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는 유틸리티 역할이 어울린다”고 언급한 걸 보면 주전보다는 대체 내야수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되지 않아 냉혹한 생존 경쟁을 각오해야 할 처지다. 김혜성 경쟁자는 지난 시즌 주전 2루수 개빈 럭스(28)와 유격수로 뛰겠다고 선언한 무키 베츠(33), 내·외야수 겸업이 가능한 한국계 토미 현수 에드먼(30) 등이다. 약점으로 꼽히는 장타력도 보완해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8시즌 통산 홈런이 37개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는 구장이 넓어 더 불리한 전망이다.
◇키움은 5명째 메이저리거 배출
김혜성이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하면서 키움은 넥센 시절을 포함해 포스팅 시스템으로 5명을 메이저리그에 보내는 사관학교 역할을 재확인했다. 지난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시작으로 2016년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2021년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작년에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있었다. 키움은 이번 김혜성 계약으로 총액의 약 20%인 250만달러(약 37억원)를 보상금으로 받는다. 계약 기간이 연장되면 더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선수 5명을 메이저리그로 보내면서 챙긴 보상금만 최소 3800만달러(약 559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