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에 또 한 명의 괴물 투수가 등장해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퍼펙트게임 대기록을 작성했다. 역사를 쓴 주인공은 사사키 로키(21·지바 롯데 마린스). 사사키는 10일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릭스 버펄로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9회까지 삼진 19개를 잡으며 단 한 명의 주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게임을 역대 최연소 투수(20세 5개월)로서 해냈다. 특히 1회 2사부터 타자 13명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는데 ‘13타자 연속 탈삼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기록이다. 7회초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줄 뻔했던 것 말고는 퍼펙트게임 달성에 별 위기가 없었다. 일본 프로야구 퍼펙트 게임은 통산 16번째이며, 1994년 마키하라 히로미(요미우리 자이언츠) 이후 28년 만이다.

학처럼 다리 뻗어서… 내리꽂는 강속구 -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는 학처럼 다리를 뻗어서 로켓 같은 강속구를 내리꽂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로 가족을 잃었던 아픔은 그의 정신력까지‘괴물’로 만들었다. 사사키는 10일 일본 지바현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오릭스와 홈 경기에서 역대 16번째 일본 프로야구퍼펙트 게임을 역대 최연소 투수(20세 5개월)로서 달성했다. ‘13타자 연속 탈삼진’신기록을 포함해 삼진 19개를 이날 잡았다. /마이니치신문

사사키도 오타니 쇼헤이(MLB LA에인절스)처럼 만화 같은 야구를 한다. 키 192㎝, 몸무게 92㎏ 체격에 이목구비는 부리부리하다. 구속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와도 견줄 만하다. 이날도 오릭스 타자들을 최고 시속 164㎞ 패스트볼과 150㎞에 육박하는 포크볼로 순식간에 얼렸다. 그가 오릭스의 27번째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낼 때 투구 수는 불과 105개였다. 팀이 6대0으로 이기면서 올 시즌 2승째를 퍼펙트 승리로 수확했다. 한국 프로야구도 지난 2일 개막전에서 SSG 윌머 폰트가 퍼펙트 투구를 했지만 타선 침묵으로 승리투수가 되지 못해 퍼펙트게임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 프로 입단 3년 차인 2001년생 청년은 대기록을 세우고도 덤덤하게 웃었다. 관중석과 더그아웃에서 울고 웃고 난리가 났는데, 그는 “포수를 믿고 던졌다. 다음 경기에도 잘 던지겠다”는 짤막한 소감만 남겼다. 담담한 얼굴엔 이유가 있다. 그는 “야구의 승패는 재난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안다. 사사키의 고향은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 중 하나다. 당시 열 살 사사키는 야구를 알려주었던 아버지와 조부모를 쓰나미에 잃었고 집까지 쓸려나갔다. 어머니와 인근 오후나토시로 이사를 가서 야구를 계속했는데, 쓰나미가 할퀴고 간 상처는 사사키가 ‘괴물’로 거듭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시속 140㎞ 넘는 공을 던지는 것으로 이름나 전국 야구 명문고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동네 고등학교(오후나토고)에 진학했다. 고교 3학년 때는 시속 163㎞ 공을 뿌려 오타니의 고교 기록(160㎞)을 경신했다. 피 튀기는 드래프트 전쟁 속에서 사사키를 품에 안은 지바 롯데 마린스는 입단 첫해인 2020년엔 그를 등판시키지 않고 트레이닝만 시켰다. 지난해에도 몸만들기에 집중하며 열흘가량의 등판 간격을 유지해줬다. “사사키는 F1 머신 같은 출력을 낼 수 있지만 걸맞은 차체가 없다면 소용없다”는 게 구단의 생각이었다. 롯데는 준비가 됐다고 판단된 올해 사사키를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에 집어넣었고, 그는 올 시즌 세 번째 등판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으로 그 기대에 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