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19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벌인 원정 경기에서 8회 솔로 홈런(시즌 40호)을 터뜨리고 있다. 오타니는 이날 선발 투수로도 나서 승리(8승)를 거뒀다. 2승만 추가하면 1918년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이자 메이저리그 역대 두 번째로 ‘두 자릿수 승리-홈런’을 달성한다. 오른쪽 사진은 루스가 1923년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서 타격 연습을 하는 모습. /AFP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

그가 공을 던지고 칠 때마다 야구 역사를 새로 쓴다.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19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벌인 메이저리그(MLB)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실점으로 시즌 8승(1패)째를 올렸다. 공 90개(스트라이크 69개)를 던지는 동안 안타 6개(홈런 1개)를 맞으며 볼넷 없이 삼진 8개를 잡았다.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59km. 그와 동시에 타자로도 나서 8회에 시속 177km로 날아가는 아치를 그렸다. 시즌 40호째다.

◇“유일무이한 운동선수”

아메리칸리그(AL) 룰에 따라 지명타자 제도를 적용한 이날 경기에서 오타니는 1번 타순에 이름을 올려 두 팀 투수 중 유일하게 타석에 섰다. 오타니는 세 차례 타석에선 삼진과 뜬공, 땅볼로 물러났으나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호세 시스네로의 시속 약 143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1m짜리 홈런을 만들었다. AL에 지명타자가 생긴 1973년 이후 한 경기에서 8이닝 이상을 던지고 홈런까지 친 것은 오타니가 역대 4번째다.

오타니는 완투를 한 이닝 남기고 마운드를 마무리 투수 라이셀 이글레시아스에게 넘겼다. 오타니는 경기를 마치고 “완투하지 않는 이상 만족이란 결코 없다”면서도 “6회부터 조금씩 피로를 느꼈다”고 했다. 그를 두고 ‘최상급(superlative)’이라고 한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는 유일무이한 운동선수이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하다”고 했다.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 기록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디트로이트 관중들은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오타니에게 ‘MVP(최우수선수)’라고 외쳤다. MLB닷컴은 “타이거스 홈 팬들조차 상대팀인 오타니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 선수들도 오타니에 대해 경외심을 품었다”고 했다. A J 힌치 타이거스 감독은 “오타니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재능이 특별하며, 불행하게도 우리는 희생양이자 목격자가 됐다”고 했다.

오타니는 시즌 40호 대포를 쏘며 이 부문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35개)와 격차를 5개로 벌렸다. 오타니는 마쓰이 히데키(2004년·31개)를 넘어 아시아 출신 MLB 타자 최다 홈런 신기록도 새로 쓰고 있다. 그는 투수로도 6월부터 마운드에 오른 11경기에서 패배 없이 7승을 거뒀다. 8월에 나선 3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6월 30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3분의 2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으나 그 뒤 6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행진을 이어갔다.

◇19세기 기록까지 소환

오타니는 올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록들을, 혼자 힘으로 거침없이 써가고 있다. 오타니는 이미 투수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설적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가 1933년 세운 기록(34개)을 2위로 밀어냈다. 오타니가 앞으로 2승만 추가하면 MLB 역사상 두 번째로 ‘두 자릿수 승수-홈런’을 달성한다. 루스가 1918시즌 13승-11홈런을 기록한 뒤 103년 만이다.

일본 매체에 따르면 오타니는 19일 시즌 100이닝을 채우며 이른바 투구 이닝-탈삼진-안타 모두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트리플 100’도 달성했다. 오타니는 현재 100이닝 120탈삼진 110안타를 기록 중인데, 이 진기록은 1890년 이후 131년 만이다. 1883~1890년에 6명이 달성했으나 20세기 이후 단 한 명도 없었다.

더구나 공인구 반발력이 높아져 타자에게 유리해진 라이브 볼 시대가 1920년 시작됐고, 1800년대 야구는 볼 카운트와 파울 등 기본적 규칙조차 지금과 달랐던 점을 고려하면 오타니의 기록은 더욱 빛난다. 오타니는 2016년 일본프로야구(NPB) 닛폰 햄 파이터스 소속으로도 140이닝, 174탈삼진, 104안타로 트리플 100을 달성한 적이 있다.

홈런왕과 MVP 석권을 노리는 오타니는 최고 투수가 받는 사이영상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투수 성적만 놓고 보면 AL 10위 밖이지만, 근 100년 만에 다시 나온 투수 겸 타자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매든 감독은 “사이영상과 MVP 투표자들은 오타니를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