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메이저리그 첫 홈런이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26)이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벌인 MLB(미 프로야구) 원정 경기에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 솔로포를 포함해 2타수 1안타(2득점)를 쳤다. 시즌 타율은 0.200(20타수 4안타)이 됐다. 파드리스는 7대4로 역전승했다. 김하성은 전날 구단 사상 첫 노히트 노런 승리 때 호수비를 선보인 데 이어 데뷔 홈런까지 터뜨리며 ‘신스틸러’ 노릇을 했다. 이날 레인저스의 홈 구장인 알링턴 글로브라이프 필드엔 관중 3만5856명이 입장했다.

◇3만5000 관중 앞에서 MLB 첫 홈런

김하성은 2-3으로 뒤진 5회초 선두 타자로 나섰다. 그는 레인저스 선발 투수 조던 라일스가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시속 127㎞짜리 커브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의 폴을 때렸다. 타구를 한동안 바라보던 김하성은 홈런임을 확인하고 나서 베이스를 돌았다. 홈을 밟고 난 다음엔 대기 타석에 있던 1번 타자 트렌트 그리셤과 팔꿈치를 부딪치며 웃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11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7회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모습. 그는 “타격하는 순간엔 파울이 될 것 같았는데, 공이 중간쯤 날아갔을 땐 페어라고 봤다”고 했다. /USA투데이스포츠 연합뉴스

매니 마차도 등 파드리스 선수들은 김하성이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잠시 모른 체하더니 이내 뜨겁게 축하해줬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신인이 데뷔 홈런을 쳤을 땐 일부러 침묵을 지키다 기쁨을 나누곤 한다.

김하성이 친 홈런의 비거리는 118.2m, 타구 속도는 시속 164.9㎞로 측정됐다. 8경기, 19타수만의 한 방이었다. 그는 “변화구가 올 것 같았고, 좋은 타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홈런을 쳐서 기분 좋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타석에 계속 나가 투수들에게 적응하는 단계”라고 했다.

김하성은 앞서 3회 첫 타석에 라일스의 몸쪽 직구에 왼쪽 팔을 맞고 출루했고, 5회 수비에선 데이비드 달의 타구를 백핸드로 잡으려다 놓쳐 시즌 2호 실책을 기록했다. 7회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트렌트 그리셤의 2점 홈런이 터지자 득점했다.

파드리스는 구단 트위터에 한국어로 ‘김하성 화이팅!’, 영어로는 ‘김하성의 첫 홈런’이라고 올렸다. 제이스 팅글러 감독은 김하성에 대해 “경기를 치러나가면서 편안해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엔 노히트 노런 도우미

김하성은 10일 파드리스 구단의 역사적 장면에 이름을 남겼다. 투수 조 머스그로브가 구단 첫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는데, 마지막 27번째 아웃카운트를 김하성이 처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로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은 머스그로브는 9이닝 동안 공 112개를 던지며 안타와 볼넷 없이 사사구 1개(삼진 10개)만 내주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머스그로브가 9회말 2아웃에 상대한 아이제이아 카이너-팔레파는 유격수 땅볼을 쳤다. 김하성이 1루 송구로 경기를 마무리하자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환호했다. 현지 매체들은 김하성이 앞선 4회 카이너-팔레파의 타구를 백핸드로 낚아채 아웃시킨 것이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는 데 결정적 장면이었다고 보도했다. 김하성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로 대기록에 힘을 보태 기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