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성공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주위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며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지만, 그는 2020시즌 전부터 근육량을 불리면서 투타 겸업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은 작년 초 스프링캠프에서 오타니가 인터뷰하는 모습. 팔 근육이 유난히 우람해 보인다. /트위터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는 ‘만화 같은 야구’가 된다고 믿는다. 야구는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적 패러다임에 정면으로 맞서며 투수 글러브와 타자 방망이 둘 다 들고 ‘이도류(二刀流)’ 야구를 직접 실험한다. 스물두 살이던 2016년 닛폰햄의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퍼시픽리그 MVP에 뽑힌 뒤 2018년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을 때 전 세계 야구 팬이 들썩거렸다.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도류 야구를 해낼지 관심이 쏠렸다. 올해로 4년 차 메이저리거가 됐지만 물음표는 아직 달려있다. 그는 메이저리그 첫해인 2018년 4승 2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올랐으나 그해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2019년엔 타석에만 섰다. 다시 투타를 겸업한 지난해엔 2할에 못 미치는 타율과 평균자책점 37.80이란 처참한 성적을 냈다.

◇”무조건 이도류 해낸다”

‘투수와 타자 중 하나만 선택할 때가 됐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슬슬 흘러나온다. 다르빗슈 유(35·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동료들은 오타니가 투수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지명타자로만 나서기엔 장타력이 어정쩡하고 외야수를 겸업하려면 연습량이 확 늘어나 체력이 버텨낼 수 없다. 2013년 마무리 투수로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우에하라 고지(46·은퇴)는 “야수는 굵고 강한 근육이 필요하지만 투수는 섬세한 근육이 필요하다. 훈련 방식이 서로 전혀 다르다”며 “타격보단 구위를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오타니가 일본 프로야구 닛폰 햄 파이터스에서 뛰던 모습. /마이니치닷컴

오타니는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시즌을 변칙적으로 치러 결과도 안 좋았다”며 올해는 시즌 끝까지 이도류를 펼쳐 보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지금껏 메이저리그 역사상 규정 타석의 50%, 규정 이닝의 50%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투타 겸업 선수는 베이브 루스(1918~1919)가 유일하다.

◇구속 161km, 홈런 비거리 143m

오타니는 지난 겨울을 독하게 보냈다. 닭고기와 과일, 유제품으로 된 식단을 하루 일곱 끼씩 먹어가며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써 체중을 95kg에서 102kg으로 불렸다. 공을 앞으로 던지는 투수는 수직 회전력을,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는 수평 회전력이 중요한데 둘 다 잘하려고 근육을 무지막지하게 늘렸다. 키(193cm)도 커서 헐크처럼 됐다.

오타니가 스프링캠프부터 사력을 다하는 건 2021년이 이도류의 존망을 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팔꿈치 부상이 거듭돼 투수로서 풀타임 시즌을 치러보지 못한 그가 올해도 성과를 못 내면 구단과 팬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다.

야구 인생 갈림길에 선 오타니

출발은 좋다. 오타니는 지난 4일 텍사스 레인저스와 치른 시범 경기에 지명타자로 나와 5회 말 전광판을 넘기는 비거리 143m 초대형 투런포를 날렸다. 종전 자신의 최장 홈런 기록(비거리 137m)을 훌쩍 넘긴 대포였다. 그는 “상·하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좋은 스윙이 나왔다. 이번 홈런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오타니는 2차례 시범 경기에서 5타수 3안타(1홈런) 1볼넷을 기록 중이다. 최근 라이브 피칭(타자를 타석에 세우고 하는 연습 투구)에선 최고 시속 161km를 찍었다. 6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벌일 시범 경기엔 선발투수로 나선다.

◇오타니 인생 계획, 결말은?

오타니는 열일곱 소년 때 야구 인생 계획표를 마흔 살까지 다 그려놨다. 목표는 아무도 못 해본 일들을 해내는 것이다. 일본에서 두 시즌만 더 뛰면 대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가능한데도 2017년 말 LA에인절스와 6년 231만5000달러(약 26억원)이란 헐값 포스팅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것은 자신의 이도류 실험을 넉넉히 지켜봐줄 환경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는 데뷔 시즌인 2018년 투수(4승 2패, 평균자책점 3.31)와 타자(타율 0.285, 22홈런 61타점)로 인상적 활약을 펼쳐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차질이 생겼다. 팔꿈치 수술 전 최고 시속 165km, 평균 157km 찍히던 구속이 지난해엔 140km대로 뚝 떨어졌다. 지명타자인 그의 OPS(출루율+장타율·0.657)가 팀 OPS(0.763)에도 못 미쳤다. 고과도 깎여 연봉 250만달러(약 28억원)를 제시한 구단과 한 달 넘게 씨름하다가 올해 연봉 300만달러(약 34억원)에 사인했다.

그의 인생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고 결혼을 해야 했다. 현실은 달랐다. 어느덧 스물일곱 청년이 된 그는 신체적 전성기 기량을 증명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이도류와 이류의 갈림길. 오타니가 말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꿈을 두드리는 자타 공인 노력 중독자이기에 올해 어떤 야구를 할지 팬들은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