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 있다. 이런 큰 무대에서 뭘 해야 되는지 알고 있다.”

여자 배구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은 경기 전에 이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김연경(35)은 중요한 순간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부응했다.

흥국생명 김연경(가운데)과 옐레나(오른쪽)가 29일 한국도로공사와 벌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득점을 한 뒤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흥국생명은 29일 한국도로공사와 벌인 2022~2023시즌 V리그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 홈경기(인천삼산체육관)에서 세트스코어 3대1(27-25 25-12 23-25 25-18) 승리를 거뒀다. 두 팀은 31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치른다.

이날 흥국생명은 1세트에서 한때 17-19로 끌려갔다. 지난 19일 이후 열흘 넘게 실전을 치르지 않은 만큼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도 종종 나왔다. 하지만 김연경이 있었다. 그는 18-19로 밀린 상황에서 오픈 공격을 반대 코트 구석에 꽂아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블로킹 득점으로 역전을 주도했다. 듀스에 접어든 26-25에선 1세트를 끝내는 퀵오픈 득점을 성공시켰다. 김연경은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어퍼컷으로 5464명 관중이 몰린 경기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고, 동료들의 투지를 일깨웠다.

기세를 잡은 흥국생명은 2세트가 시작되자마자 7연속 득점하며 일찌감치 한국도로공사를 따돌렸다. 비록 3세트는 내줬지만, 27분 만에 4세트를 가져오며 웃었다. 김연경은 홀로 26점을 해결하고 준수한 리시브 효율(72.73%)을 선보이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은 2주 가까이 경기를 안 했다. 그래서 오늘 승리가 더욱 값지다”고 했다. 김연경은 “단기전에서 1차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 오늘 여유가 없었다”면서 “점점 컨디션이 올라왔다. 이제 시작이다. 계속 이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