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가 19일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렸다.흥국생명 김연경이 시즌을 맞은 각오를 밝히고 있다. /스포츠조선 최문영 기자

“지난 시즌 6위에서 곧바로 1위를 한다는 게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잘 준비했기 때문에 기대는 됩니다.”

꼴찌를 한 다음 시즌 최강으로 올라선다는 것은 꿈같은 얘기다. 하지만 그것이 ‘배구 여제’란 칭호가 붙은 김연경(34)이 다시 합류한 흥국생명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연경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뛰었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에 복귀했다.

19일 열린 2022-2023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김연경은 “미국 전지훈련까지 다녀왔다. 새 감독님과 선수들하고 호흡을 맞추는 데 긴 시간을 썼다”고 했다. 그는 “내가 이끌어 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후배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얘기하지 않아도 자신의 맡은 바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다”며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함께 공격을 책임질 외국인 선수 옐레나에 대해서도 “나보다 컨디션이 좋고,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비와 블로킹도 좋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노래 제목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는 “나이가 있어서 최근 유행하는 노래를 모른다. 홍대광의 ‘잘 됐으면 좋겠다’처럼 이번 시즌이 잘되길 바란다”며 우승 욕심을 은근히 내비쳤다.

김연경은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답게 재치 있는 입담을 뽐냈다. 소속팀 감독과 일주일간 해외여행 가기와 무박 2일 전지훈련 가기 중 무엇을 택하겠느냐는 팬 질문에 김연경은 “일주일간 감독님과 둘이 지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KGC인삼공사 이소영이 같은 질문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서 여행 가기를 택하겠다”고 하자 김연경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농담도 던졌다.

미디어데이 끝나고 치맥에 야구보러… - 여자배구 간판스타인 김연경(흥국생명)이 19일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 행사를 마친 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키움과 KT의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관람했다. /뉴시스

각 팀 감독들은 대부분 흥국생명을 우승 후보 또는 이변을 일으킬 만한 다크호스로 꼽았다. 한국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은 “확실한 에이스가 돌아왔다”며 흥국생명을 우승 후보로 꼽았고,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도 “탄탄한 전력을 지닌 현대건설과 GS칼텍스와 함께 김연경이 돌아온 흥국생명도 후보로 꼽고 싶다”고 했다.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도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있어서 외국인 선수가 두 명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현대건설, GS칼텍스, 흥국생명 3강 구도를 예상했다.

이번 시즌 여자부 V리그가 22일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를 시작으로 5개월여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흥국생명은 25일 페퍼저축은행과 첫 경기를 치른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은 이날 전 국가대표 선수 이재영(26)의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이재영은 쌍둥이 동생 이다영과 함께 국내 배구 간판스타로 활약했으나 지난해 2월 학창 시절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돼 국내 리그를 떠났다. 자매가 함께 그리스 PAOK 테살로니키 구단에 입단했는데, 이재영은 부상으로 올해 초 국내에 들어와 재활 치료를 받고 있고 이다영은 루마니아 리그로 이적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전력 향상을 위해 여러 선수를 만났는데 그중 이재영도 있었다. 지금까지 두 차례 만났는데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고 의견을 교환하고 검토하는 차원이었다”라고 했다.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구단이 베테랑이나 에이스 영입을 검토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재영과 만나줘서 오히려 고맙다. 다른 팀도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생각은 비슷할 것이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실제 영입이 이뤄지려면 전에 있었던 일(학교 폭력)에 대해 피해자와 국민에 대한 사과 등 선행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퍼저축은행이 이재영을 영입할 경우, 3라운드 이전에만 등록하면 이번 시즌에 참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