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결정전 공동 MVP를 차지한 GS칼텍스의 메레타 러츠와 이소영./가평=고운호 기자

메레타 러츠(27)는 배구 선수이지만 그와 인터뷰하면 배구 말고도 대화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러츠는 글로벌 정유사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를 따라 알래스카, 아제르바이잔, 영국 등 해외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성장했다. 수 없이 전학을 다녔지만 배구를 통해 친구를 금세 사귀며 적응할 수 있었고, 지금도 “세계는 얼마나 넓고 할 일은 얼마나 많은지” 직접 탐험해보는 수단이 배구다.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졸업, 질병역학 석사 학위 소유자라는 독특한 이력에 키는 206cm, 발 사이즈는 300. 무엇하나 평범한게 없는 청춘이 미국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만나 배구장 이야기부터 좀비 영화, 무신론, 아시아계 증오 범죄, 코로나 백신 등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얇고 넓게 수다를 떨었다. 러츠와 나눈 TMI(Too much Information) 인터뷰를 30개 질문으로 정리했다.

챔피언결정전 MVP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러츠. 키 206cm 러츠는 실제로 보면 정말 길고 긴데, 늘씬한 종아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바지 쇼핑하는게 제일 힘들어요."/가평=고운호 기자

◆GS칼텍스의 트레블을 해내기까지


Q1.우승을 축하한다. 재미있는 비하인드 에피소드가 있으면 알려달라.

=인천에서 경기한 챔피언결정전 3차전 당일에 감독님이 “혹시 오늘 경기가 안 끝날 수도 있으니 호텔 체크아웃 하지 말라”고 했다. 원래 그날 체크아웃 예정이었는데, 감독님도 많이 떨렸나보다. 3차전에선 김연경이 정말 잘해서 놀랐다. 그는 정말 열정많고 똑똑한 선수다. 우리는 김연경 이외의 공격 루트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고, 그렇게 해서 이겼다.

Q2. 부모님도 기뻐하셨겠다.

=미국 휴스턴에 사시는 부모님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포스트시즌 모든 경기를 생중계로 다 보셨다. 그래서 재밌는 메시지도 실시간으로 많이 받았다. 엄마가 “지금 잘 보고 있단다” “우리 안 자고 있어” “그 디그 너무 좋았어” 이런 식으로 응원 문자를 계속 보내줬다(웃음). 내 개인적으로는 이번이 인생 두번째 우승이다. 스탠퍼드대 재학시절 전미 대학 선수권(NCAA 챔피언십) 우승을 해봤다.

GS칼텍스 트레블을 완성하고 환호하는 러츠./러츠 인스타그램

Q3.흥국생명을 상대하면 유독 강해지는 비결이 뭘까

=사람들이 보통 “흥국생명이 이길거야”라고 하는데, 그게 우리를 더 자극시킨 것 같다. 우리는 잃을게 없다는 마음으로 담대하게 뛸 수 있었다. 스스로 키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데, 김연경을 블로킹 할 때는 “와우, 내가 키 덕분에 그를 막을 수 있다니 정말 좋은걸!” 이라고 생각했다.

Q4. GS칼텍스 입단 초창기에 비해 수비가 엄청 늘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순발력 넘치는 디그를 여러 차례 선보여서 놀랐다.

=어마어마한 훈련의 결과다. 수비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팬들이 알아주고,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

Q5.차상현 감독이 “러츠가 다시 공부하러 돌아가는 것 아니라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트레블까지 달성했으니 재계약 러브콜이 엄청 뜨거울텐데.

=내 여권을 두고 농담들이 엄청 오갔다. 감독님이 “러츠의 여권을 뺏어서 킥스(GS칼텍스가 숙소에서 키우는 강아지) 집에 던져서 먹어버리게 해야겠다”고 할 정도였다. 하도 그런 말을 많이 들어서 감독님이 서류 분쇄할 때 내 여권도 같이 분쇄해버리는 것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웃음).

지난달 30일 챔프전 우승을 확정짓고 기뻐하는 GS칼텍스 선수들./연합뉴스

Q6.내년 시즌에도 한국에서 러츠를 볼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을 하루에 20번쯤 받았는데, 답하기 어렵다. 한국과 GS칼텍스를 너무 사랑하지만…. 일단 우승축하를 실컷하면서 푹 쉬고 싶다.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게는 배구를 하는 이유가 돈보다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고민이 깊다. 공부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엘리트 운동 선수로 살아보는 것은 젊을 때만 가능한 일이기에 나의 20대는 배구 코트에서 보내기로 결정했었다.


인터뷰 당시 러츠는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영입 제안을 받고 있었다. 그는 결국 새로운 곳으로 가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지난 6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집으로 떠났는데 공항에서 지난 2년간 그의 입이 되어주었던 통역 이지언씨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부둥켜안았다.

◆“한국의 감자 수제비와 마스크팩, 잊지 못할 것”

러츠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하고 2018~2019시즌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처음 신청서를 냈다. 당시엔 키 206cm에 체중이 100kg가 넘어서 “너무 크기만 하다”고 국내 구단의 선택을 못 받았다. 이탈리아 2부리그에서 1년간 뛰고나서 2019~2020시즌 트라이아웃에 재도전했고 GS칼텍스가 그를 뽑았다. 높이 면에서 약점이 있다고 평가받던 GS칼텍스에 러츠는 ‘완벽하게 들어맞는 퍼즐’이었고, 지난 2년간 맹활약하며 V리그 사상 첫 트레블의 일등공신이 됐다.

Q7.처음 한국행에 도전했을 땐 외면받았다.

=프로로서 보내는 첫 시즌을 한국에서 보내고 싶었는데, 지금껏 내가 보내온 환경과 완전히 다른 곳에서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국 리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높고, 많은 사람들이 배구를 알며 TV 중계도 많이 해주고 팬들 응원이 뜨겁다는 식의 이야기였는데, 그런 것도 내겐 흥미로웠다. 3일간 테스트받고 안 뽑혔는데 “다시 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제 막 프로 경력을 시작하는 거였으니까.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메레타 러츠./러츠 인스타그램

Q8.배구 선수로서는 앞으로 몇 년 정도 더 뛸 생각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매년 1년씩 새로 계약을 하고 있는데 집과 가족, 친구들에서 오래 떨어져지내는게 생각보다 힘들다. 시즌이 시작하면 8개월 가량을 오로지 배구를 위해서만 집중해야하고. 얼마를 더 할지 정말 모르겠다. 그러니까 매 시즌에 최선을 다해야지.

Q9.한국어 구사가 꽤나 능숙하다고 들었다. 좋아하는 한국어 표현은?

=괜찮아, 걱정하지마. 아,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의 줄임말)’도 있다. 감독님이 평소에 너무 잔소리가 많아서 “Mind your own business”를 한국말로 하고 싶었는데 동료들이 그게 낄끼빠빠라고 해줬다. 한국어로 대화는 많이 하려 노력하는데, 한글을 완벽히는 못 읽어서 부끄럽다. 그래도 내 이름 ‘메레타 러츠’는 한글로 바로 읽을 수 있다.

Q10. 한국 음식도 아주 잘먹는다고 들었다. 매운 음식도 신기할정도로 잘 먹는다던데.

=내 고향이 텍사스주이다보니 주변에 멕시코 음식점이 굉장히 많고, 덕분에 매운 맛에 익숙하다. 한국 음식은 맛있는게 정말 많았다. 감자 수제비를 제일 사랑하고, 김치전, 김밥, 식탁 위 그릴에 구워먹는 모든 고기들, 심지어 신 맛 사탕(아이셔)도 너무 좋았다!

Q11.한국식 쇼핑도 즐긴다고 들었다.

=한국의 택배 시스템은 정말 끝내준다. 숙소에서 온라인 쇼핑하면 금세 온다. 휴식일엔 외출해서 ‘올리브영’에 들러 돈을 엄청 썼다. 첫 시즌엔 갈 때마다 지갑이 다 털릴 만큼이어서 한번에 30만원어치는 산 것 같다. 두번째 시즌엔 조금 자제했지만(웃음). 정말 좋은 화장품이 너무너무 많다! 특히 마스크팩을 너무 사랑한다. 미국에는 이렇게 다양하게 팔지 않는다. 동료들과 찜질방 가본 것도 정말 재밌었다.

2019년 한국에서 보낸 첫 겨울 노천 식당에서 돼지 고기를 구워먹는 러츠./러츠 인스타그램

◆“온 가족이 수학을 사랑하는 스탠퍼드대 동문”

Q12.가족 전체가 스탠퍼드대 동문이라고 들었다.

=부모님이 대학에서 만나 결혼했다. 오빠와 나는 어릴적부터 스탠퍼드대가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에 대해서 들으면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우리도 입학하게 됐다. 나중에 오빠나 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들이 압박을 좀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웃음). 어머니와 아버지가 키 193cm이고, 오빠는 키가 198cm, 나는 206cm. 내가 제일 크다! 아버지는 전혀 운동 선수가 아니었고, 어머니는 대학 때 높이뛰기 선수를 잠깐 했다고 들었다. 오빠도 2년 정도 운동부를 했는데, 나만 유급을 1년 하면서까지 5년간 풀타임으로 스탠퍼드대 운동 선수로 뛰었다. 아주 큰 자부심을 느낀다.

Q13.배구는 언제 시작하게 됐나.

=배구는 내가 7학년이었던 13세 때 처음 했다. 사실 농구를 가장 먼저 했다. 유치원때부터 했으니까. 배구 경험이 있던 엄마가 “배구야말로 키 큰 사람들의 스포츠”라고 해서 뭔가 더 끌렸다. 사실 내가 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농구는 신체 접촉이 많은데, 배구는 그런게 덜 하니 좋다. 한 명이 잘한다고 해서 이기는 원맨쇼가 불가능한 팀 스포츠라는 것도 매력적이다.

Q14.키가 아주 특별하게 큰 편인데, 그래서 느끼는 장점과 단점은 각각 뭘까

=좋은 점은 키 덕분에 배구를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높이가 있다보니 공격이 쉽다. 나쁜 점은 바지 사는 것, 비행기 타는 것, 키 때문에 어딜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 등이 있겠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졌다. 비행기 이코노미석은 미국 내 단거리 비행을 할 때는 어쩌다 가끔 타긴 하는데, 내겐 비즈니스석이 정말 꼭 필요하다. 사실 우리 가족 모두가 비즈니스석이 필요해서, 가족 여행을 할 땐 눈 딱 감고 돈 더내고 비즈니스석 예약부터 한다. 어쩌다 가끔 승무원이 “비즈니석을 꼭 타셔야 하겠네요”라면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먼저 배려해주기도 하는데, 그런 행운은 많지 않다(웃음).

'미국 이모' 러츠는 GS칼텍스 숙소에서 키우는 강아지 킥스를 유독 아꼈다. "킥스와 헤어질 생각을 하니 가슴 아프네요."/GS칼텍스 인스타그램

Q15.이름 ‘메레타’가 북유럽계라고 알고 있다. 조상이 스칸디나비아계인가?

=부모님이 젊었을 때 노르웨이에서 잠깐 1년 정도 산 적이 있는데, 그 때 친구 중에 메레타가 있었고 그 이름이 독특하고 예쁘게 느껴졌는지 내게 그 이름을 붙여줬다. 러츠 집안은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이지만(웃음).

Q16.학창 시절부터 수학이랑 과학을 잘 했다고 들었다. 집안 분위기가 그런가?

=우리 가족이 이과 집안이다. 엄마가 회계사, 아빠와 오빠는 엔지니어이고. ‘넘버스 패밀리(Numbers Family)’라고 할 수 있겠다.

Q17.컴퓨터 데이터 분석에도 일가견이 있겠다.

=아무래도 석사 과정을 하면서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한 컴퓨터 데이터 분석에 익숙해졌다. 숫자를 워낙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배구할 때는 통계를 거의 안 본다. 점유율이 어떻고 하는 것들(웃음). 경기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는 것은 좋아한다.

Q18.기름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보인다.

=아버지가 글로벌 정유사(BP) 엔지니어셨는데, 나는 한국 정유사 GS칼텍스의 배구단 멤버가됐다. 이런 사실을 GS칼텍스 임원들이 듣고 되게 좋아하더라. 내 고향 텍사스주도 기름이 많이 나는 땅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나는 굉장히 친환경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일회용 컵 안쓰고 항상 개인 텀블러 쓰고,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쓰는 식으로. 고등학교 때는 하이브리드 차를 몰았다.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한 '러츠 패밀리'. 왼쪽부터 메레타 러츠, 어머니, 오빠./러츠 인스타그램

◆“커쇼와 닮았다고? 왜 남자들 뿐인가요!”

Q19.혹시 팬들이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나 디르크 노비츠키(NBA 댈러스 매버릭스 전설)와 닮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지?

=커쇼가 유명한 투수인 것만 대충 안다. 노비츠키도 훌륭한 농구 선수인 것을 안다. 이들은 아주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니까 칭찬으로 알겠다. 그런데 왜 다 남자만 거론되지? 여자는 없는 거야?

Q20.러츠와 커쇼, 노비츠키 셋 모두 텍사스주가 고향인 것도 인연처럼 보인다. (노비츠키는 독일 출신이지만 농구에 관해선 댈러스에 둥지를 텄다)

=몰랐다. 재밌네. 텍사스는 아주 큰 지역이니까.

클레이튼 커쇼(왼쪽)와 러츠. 둘 다 텍사스주 출신이고, 서로 닮았다./인스타그램

Q21.차상현 감독과 생일이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 둘 다 생일이 11월 7일로 꼭 20년 차이가 나더라. (러츠 1994년생, 차 감독 1974년생)

=알았다. 근데 감독님은 음력 생일이라고 하더라. 내가 “Birthday buddy(생일 친구)!”라고 반갑게 인사했더니 아주 근엄한 표정으로 “NO(아니야)!”라고 했다.

Q22.성격이 항상 햇살처럼 밝은 비결이 궁금하다.

=팬들은 내가 배구하는 모습을 대부분 볼 텐데, 내가 배구를 정말 사랑하고 경기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얼굴이 환해지고 그러니 저절로 나의 밝은 면을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나도 가족이 그립고 훈련이 힘들어서 늘 이렇게 밝지는 않다. (GS칼텍스 동료들은 “러츠가 인상 쓰는 것을 못봤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Q23.신심(信心)이 깊어 그렇게 밝은걸까.

=아니, 나는 종교 없다. 무신론자다. 조부모님은 기독교인이시지만.

Q24.외국어도 여러 개 할 것 같다.

=스페인어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꾸준히 했고, 어릴 적부터 부모님따라 해외 여기저기 돌아다닌 영향으로 독일어와 러시아어도 한다. 러시아어는 읽기만 되는 정도이지만.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면서 이탈리아어도 배웠다. 그런데 회화를 할 땐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가 반반씩 섞여서 주변에서 놀렸다(웃음). 여기서 한글을 조금 배웠고, 한자는 전혀 모른다.

Q25.좋아하는 장르의 작품은 뭔가?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 한국판 좀비인 ‘킹덤’도 봤다. 자막 읽기가 힘들어서 끝까지는 못봤지만(웃음). 독서도 픽션은 잘 안 읽고 SF장르를 선호한다.

챔피언결정전 MVP 트로피를 사이좋게 나눠가진 GS칼텍스 주장 이소영(왼쪽)과 메레타 러츠. 이소영은 "러츠가 3차전 5세트를 앞두고 해준 말과 눈빛을 절대 못 잊을 것"이라고 했다./가평=고운호 기자

◆러츠가 말하는 코로나 사태

Q26.전염병학에 관한 석사학위 소유자로서 코로나 사태를 겪는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다.

=전염병에 관련한 학회의 뉴스레터를 정기 구독하고 있던터라 코로나 사태가 막 발생한 2019년 12월 무렵부터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2006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살 때 조류 독감으로 새들이 길거리 곳곳에 죽어있는 것을 봤고, 2009년엔 신종 플루가 전 세계에 퍼져 배구 대회 때 상대 팀 선수들과 악수를 못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런 경험이 나를 전염병 연구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끌었다. 지난해 초 코로나 사태로 리그가 중단되고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하면서 또 강렬한 기억이 추가됐다.

Q27.코로나 사태는 곧 나아질까

내가 아직 전문가는 아니지만, 백신이 개발됐기 때문에 앞으로 희망적일거라고 본다. 미국에선 매일 백신을 많이들 맞고 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일상으로 복귀하지 않을까. 나도 미국에 돌아가자마자 백신부터 맞을거다. 텍사스주는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다 맞을 수 있도록 돼있다. 코로나는 앞으로 계절성 독감처럼 이겨내는 병으로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사를 마치고 질병역학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러츠./러츠 인스타그램

Q28.배구 선수의 삶이 끝나면 다시 전염병학 연구로 복귀할 예정인지.

=지금까지 경험했던 모든 것을 활용해서 공공 보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그동안은 WHO(세계보건기구)나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일하는게 꿈이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정부라고 항상 이상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전염병 예방을 위해 힘쓰는 NGO(비정부기구)에 갈지도 모르겠다. 그게 더 효과적일수도 있겠다 싶다.

Q29.미국에선 요새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가 심각해서 놀랐다.

=아 정말 너무 끔찍한 일이다. 그런 일이 미국에서 생겨난다는게 너무 부끄럽고 끔찍하다. 왜 이런 일이 늘어나는지 정확히 꼭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미국 사회가 트럼프 정권 전후로 많이 달라졌다. 슬프다.

Q30.미국 집에 돌아가면 뭘 할 계획인가?

=우선 백신을 맞고, 쇼파에 원없이 푹 늘어져서 쉬고, 맛있는 음식을 먹겠다. 내 인생의 소울푸드가 타코인데 집 근처 단골 식당이 있다. 거기부터 가야겠다. 체인점 ‘타코벨’은 절대 안 간다. 그건 제대로 된 멕시코 음식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웃음). 그리고 대학 졸업한 후 지난 2년간 캘리포니아에 사는 친구들을 전혀 못 만났다. 이번엔 여행도 하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해변에 놀러가고 싶다.

러츠는 "GS칼텍스에서 보낸 지난 2년은 정말 특별했다. 동료들과의 진한 우정과 팬들이 보내주신 뜨거운 사랑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가평=고운호 기자


굿바이, 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