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휠체어농구가 21년 만에 선 패럴림픽 무대는 긴장,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실수도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떨어진 실전 감각은 몸을 더 굳게 만들었다. 그래도 죽기 살기로 뛰었고 강호들과 막판까지 접전을 펼치다 아쉽게 졌다. 하지만 더는 물러설 수 없다. 한 번 더 지면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고, 사상 첫 4강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8강 진출 갈림길에서 만나는 상대는 홈팀 일본이다. 한일전의 역사와 의미를 곱씹을 여유도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김동현(가운데)이 지난 26일 터키와 벌인 2020도쿄패럴림픽 남자 휠체어농구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슛을 시도하는 모습./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27일 오후 8시30분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일본과 2020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은 최근 6경기에서 3승3패로 호각세다. 마지막 경기는 2019년 아시아-오세아니아챔피언십 4강전인데 한국이 69대61로 이겼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21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조별리그 첫 상대였던 2016년 리우 대회 준우승팀 스페인에겐 53대65로 졌다. 지난 26일에는 터키를 만나 70대80으로 지며 2연패에 빠졌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반드시 첫 승을 거두고 콜롬비아와 캐나다를 잇달아 잡아야 8강 진출이 가능하다. 한국 포함 스페인, 터키, 일본, 콜롬비아, 캐나다 등 A조 6개 팀 중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오를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지난 26일 치른 첫 경기에서 콜롬비아를 63대56으로 꺾고 기분 좋게 출발해 기세가 좋다. 경기 속도가 빠르고 주전, 벤치 선수 간 실력 차가 크지 않은 게 장점이다.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은 터키전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일본전 필승을 다짐했다. 그는 “10년 전에는 일본을 만나면 농구 경기를 할 생각보단 누구 하나 박살 내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코트에 들어갔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엔 서로 페어플레이를 하지만 그래도 한일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다르다. 반드시 실력으로 이기겠다”고 말했다. “일본 선수들이 김동현(33·제주삼다수)을 만나면 많이 힘들어해요. 일본전에선 김동현이 날아다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옆에 있던 김동현에게 “내일도 웃으면서 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조승현은 터키전 패배가 많이 아쉽다고 했다. 생각지 못한 실책과 김동현의 5반칙 퇴장 등으로 맞은 고비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했다. “결국은 경험 문제인 것 같아요. 경기 중에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 저희가 해외 전지훈련을 못했고, 유럽팀과의 경기도 없었어요. 유럽 선수나 심판 성향을 알지 못하니까 전반에 좀 당황했어요.” 조승현은 이날 3쿼터에 파울트러블에 걸렸다. “저 말고도 잘하는 동료 선수가 많기 때문에 과감하게 뛰려고 했는데 파울이 많았다”면서도 “파울트러블에 걸려도 퇴장당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김동현도 경기 후 “이기려고 했던 경기를 져서 기분이 안 좋다”면서 “숙소에 돌아가면 단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을 좀 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쿼터에 5반칙 퇴장을 당한 게 아쉽다. 경기 영상을 보면서 좀 더 영리하게 경기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우울할 땐 신나는 음악을 많이 들어요. 제 기분이 처지지 않도록 말이죠. 음식은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한일전에 대해선 “매 경기 열심히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한일전이니까 더 마음을 다잡고 준비를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무(43·서울시청) 코치는 “스페인, 터키 등 강호들과의 첫 두 경기를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일본전부터가 진짜 승부”라며 “한일전에선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도쿄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이어 21년 만에 패럴림픽에 출전한 ‘베테랑’ 김호용(49·제주삼다수)은 “마지막 패럴림픽에서 일본을 이기고 기분 좋게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