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제가 (4경기에) 이겨서 끝냈어야 하는데, 못 잡아서 언니들한테 많이 미안해요.”

올림픽 내내 생글거렸던 신유빈(17·대한항공)은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나왔고, 응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성적으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연합뉴스

신유빈과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 최효주(23·삼성생명)로 이뤄진 탁구 여자 대표팀은 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독일과 벌인 단체전(4단식 1복식) 8강에서 2대3(3-2 0-3 3-0 1-3 0-3)으로 졌다. 첫 복식에서 신유빈과 전지희가 이기고, 에이스 전지희가 세 번째 단식을 잡아냈지만 나머지 경기에서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 여자 탁구는 2008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3위 이후 메달이 없다.

앞서 폴란드와의 16강전 승리 주역이었던 신유빈은 네 번째 단식 2세트에 독일의 수비형 선수 한잉(38)을 상대하다 테이블 모서리에 팔꿈치가 쓸려 피가 났다. 신유빈은 “상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밴드를 붙이는 동안 ‘어떻게 이기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치료하고 다시 나와 이 세트를 듀스 끝에 잡아냈지만, 1-3으로 지며 주저앉았다.

신유빈의 첫 올림픽 도전은 막을 내렸다. 지난 2주간 활기 넘치는 10대 에너지를 발산하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부모님에게 요청해 마련한 방역복을 입고 출국하는 날 공항에 나타나 시선을 사로잡았고, 탁구대 앞에선 과감한 공격으로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외국의 베테랑들을 무너뜨렸다.

당황할 때 미소 짓는 버릇, 경기 중 바나나를 먹다가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자 놀라는 모습 등을 보고 팬들은 ‘귀엽다’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했다. 득점할 때마다 넣는 기합 소리가 병아리 울음 같다며 ‘삐약이’ ‘병아리’ 같은 별명도 얻었다.

팀에선 귀여운 막내였다. 추교성 감독에게 “큰 무대에서 멋있게 한번 해내고 싶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고, 대표팀 언니·오빠들에게 집에서 구운 빵을 선물하며 “이거 15만원이야. 그니까 연습 한 번 더 해줘”라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올림픽이 미뤄진 1년 동안 체력과 힘, 순발력이 크게 좋아진 신유빈은 이번에 여러 유형의 상대를 만났다. 개인전에서 ‘탁구 도사’ 니샤렌(58·룩셈부르크)과 대결했고, 단체전 16강에선 오른손이 없는 나탈리아 파르티카(32·폴란드)와 접전을 벌였다. 대표팀 맏언니 전지희는 “유빈이가 처음으로 상대하는 유형의 선수를 상대로도 제 역할을 잘해줬다.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추 감독은 “어리지만 근성이 있고, 경기를 즐길 줄 안다”고 제자를 평가했다. 신유빈은 “도쿄올림픽을 좋은 경험으로 삼아 한국에서 더 연습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조선일보 100주년 타임캡슐’에 이런 글을 적은 편지를 넣었다. “10년, 20년 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