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대표팀 박정아가 도쿄올림픽 8강 진출의 순간만큼이나 시원한 소감을 밝혔다. 패색이 짙었던 5세트 후반, 끝내 일본에게 매치 포인트를 내주지 않고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그는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A조 4차전에서 일본을 세트 스코어 3대 2(25-19, 19-25, 25-22, 15-25, 16-14)로 누르고 승리했다.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8강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박정아는 이날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장했다. 세트 스코어를 1점씩 나눠가진 뒤 이어진 3세트에서는 그의 블로킹이 빛났다. 20-21로 밀린 상황에서 김연경의 공격이 들어갔고 박정아의 블로킹이 연이어 터지며 순식간에 역전했다.
‘클러치 박’이라는 별명이 떠오른 건 5세트였다. 12-14로 뒤져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박정아가 연속 스파이크 득점을 내 14-14 듀스를 만들었다. 이후 일본의 공격 범실로 매치 포인트를 잡았고 또 다시 박정아가 쳐내기로 아웃을 유도해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정아는 경기 후 “이대로 날아가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라며 “올라오는 공을 받을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어떻게 해서든 득점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전은 모든 선수에게 특별하다. 도쿄에서,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일본을 이겨서 더 기분이 좋다”며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되는데 배구는 더 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승리의 비결을 묻는 말에는 “준비한 서브와 블로킹이 잘 됐다. 무엇보다 우리가 좀 더 간절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세트별로 기복이 있다”며 “이기는 데 몫을 해서 기분이 좋다. 기세를 이어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