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노리는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28일 경기를 앞두고 의기투합했다. 개인전에서 ‘오심 논란’이 벌어진 것이 오히려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
이번 대회 유력한 개인전 금메달 후보였던 오상욱(25)은 지난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개인전 8강에서 산드로 바자즈(조지아)에게 13대15로 석패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현장에선 별일이 없었지만, 얼마 뒤 “상대 점수가 부당하게 1점 더 올라갔다”는 주장이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제기됐다.
당시 중계 영상에 따르면, 오상욱이 5-4로 앞섰을 때 두 선수가 서로 공격을 시도해 양쪽에 모두 불이 들어왔다. 사브르는 동시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심판은 바자즈가 먼저라고 판단해 1점을 줘 5-5 동점이 됐다.
오상욱 측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시행됐지만 심판은 원래 판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때 바자즈의 점수가 또다시 1점 올라가 5-6이 됐다고 한다. 경기 당시 한국 측에선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경기에 결정적 영향을 줄 만한 오류였다. 오상욱은 13-13까지 팽팽하게 맞서다가 내리 실점해 탈락했다.
사정은 이랬다. 이날 오상욱과 김정환의 8강전이 바로 옆 피스트(펜싱 경기대)에서 동시에 열려 한 코치가 오상욱, 다른 코치가 김정환의 경기를 각각 맡았다. 오상욱을 맡은 코치는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는 동안 김정환의 경기를 잠시 지켜봤고, 오상욱의 경기가 재개됐을 때 상대 점수가 또 올라간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사브르 종목의 특성도 한몫했다.
대한펜싱협회는 제보를 받아 이를 파악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일단 영상으로는 심판과 조직위 직원의 소통 미스가 원인으로 보이지만, 대회 운영진 측에 이에 대해 질의한 상태”라고 했다.
해당 코치는 지난 26일 다른 선수와 함께 모인 자리에서 오상욱에게 이를 설명하며 사과했다. 오상욱은 “괜찮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어차피 경기 결과를 번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동료 선수들도 오상욱을 위로하며 ‘개인전에서의 아쉬움을 단체전에서 만회하자’고 다짐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지난 3월 국제펜싱연맹(FIE) 월드컵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세계 1위 에이스 오상욱, 9년 전 런던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주역이었던 베테랑 김정환(38),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의 구본길(32)이 조화를 이룬 대표팀은 28일 열리는 단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어 개인전에서의 아쉬움을 씻는다는 각오다. 김정환은 “한국 남자 사브르가 왜 ‘어벤저스’라고 불리는지 단체전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