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여자 단체 금메달을 따낸 강채영. / 네이버스포츠

여자 양궁 대표팀의 에이스로 단체전 금메달의 주역이 된 강채영(25)은 힘이 장사다. 남자 선수와 비슷한 무게의 활을 사용한다. 이날 강채영의 화살은 시속 205km의 속도로 날아가 과녁에 꽂혔다. 출전한 선수들 중 가장 빨랐다.

강채영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호기심에 활을 잡았다. 그런데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엘리트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조기 축구회에서 골키퍼로 이름을 날리는 아버지와 동네 배구 에이스인 어머니에게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다. 강채영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시지만, 난 그렇지 않다”며 “아마 양궁이 아니었다면, 학창 시절 도망가서 운동을 그만 뒀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고교 시절 전국 무대에서 이름을 날린 강채영은 경희대에 진학했다. 아름다운 캠퍼스로 유명한 학교이지만, 강채영은 경희대의 그 유명한 벚꽃길을 걸어보지 못했다. 하필이면 그 시기가 선발전과 겹쳤기 때문이다.

2015년 강채영은 대표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1차 월드컵부터 개인·단체·혼성전을 휩쓸며 리우올림픽을 앞둔 최고 기대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리우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4위에 오르며 3장씩 주어지는 리우행 티켓을 눈앞에서 아쉽게 놓쳤다. 그때 자신보다 1점을 더 얻어 선발전 3위로 올림픽에 나서게 된 선배 장혜진의 품에서 펑펑 울었다. 장혜진은 리우올림픽에서 개인·단체전을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이번 도쿄올림픽엔 반대로 강채영이 나서고, 장혜진은 해설위원으로 마이크를 잡는다.

리우올림픽 대표 탈락으로 잠시 방황했던 강채영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양궁에 매달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그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92점을 쏴 세계 신기록을 냈다.

이번 올림픽 선발전에선 1위를 하며 당당히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유력한 3관왕 후보로 꼽혔지만, 랭킹 라운드에서 3위를 하며 안산에게 혼성전 출전 기회를 내준 강채영은 단체전 금메달을 걸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강채영은 올림픽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우승 후 소망을 밝힌 바 있다. “배우 이제훈을 꼭 만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