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을 각각 노리는 대표팀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과 안산(20·광주여대)이 한국 선수단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김제덕과 안산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혼성단체전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의 스테버 베일러르-가브리엘라 슬루서르를 5대3(35-38 37-36 36-33 39-39)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혼성단체전은 이번 도쿄올림픽에 처음으로 도입된 종목으로 남녀 1명씩 한 조를 이뤄 한 세트에 4발씩(남자 2발, 여자 2발) 화살을 쏜다. 승리시 2점, 무승부시 1점을 따는 방식으로 5점을 먼저 얻는 팀이 승리한다. 안산과 김제덕은 이 종목에서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1세트가 불안했다. 안산이 8점을 쏘는 등 35점에 그쳤다. 네덜란드는 10점을 두 번 쏘며 38점으로 1세트를 가져갔다. 한국은 0-2로 뒤졌다.
김제덕이 2세트에 앞서 “파이팅!”을 외쳤다. 9점. 뒤이은 안산도 9점을 쐈다. 네덜란드도 18점. 김제덕이 다시 9점을 쐈고, 안산이 결정적인 순간 10점을 명중시켰다. 네덜란드의 슬루서르가 8점을 쏘면서 한국이 가까스로 37-36으로 2세트를 따냈다. 경기는 2-2 동점이 됐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세트. 먼저 나선 김제덕이 10점을 쐈다. 하지만 안산이 8점. 네덜란드가 17점을 쏘며 한국이 1점을 앞섰다. 김제덕과 안산이 다음 두 발에서 18점을 쐈다. 이어 나온 베일러르가 6점을 쏘며 네덜란드가 무너졌다. 한국이 3세트를 따내면서 4-2로 앞섰다.
4세트는 네덜란드가 먼저 시작했다. 19점. 이어 나온 김제덕이 10점으로 맞불을 놓았다. 안산도 10점을 쏘며 금메달을 눈앞에 뒀다.
한국의 10점 퍼레이드에 네덜란드의 베일러르와 슬루서르도 10점을 쏘며 결승을 명승부로 몰고갔다. 김제덕이 10점을 쐈다. 안산이 9점을 쏘며 한국은 39-39 동점으로 5대3을 만들며 우승을 확정했다.
세계 랭킹 210위인 김제덕이 시니어 국제무대에 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신궁 소리를 들은 김제덕은 중3이던 2019년 도쿄올림픽 선발전에 나섰다가 어깨 부상으로 중도 포기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올림픽이 1년 뒤로 밀리며 다시 기회를 잡았다. 지난 4월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 3위로 도쿄행 티켓을 가까스로 따냈지만, 지난 6월 올림픽 전초전으로 치른 광주아시아컵 결승에서 김우진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3일 올림픽 랭킹 라운드에선 688점으로 1위에 올랐고, 24일 혼성단체전에서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김제덕은 어떤 상황에도 주눅 들지 않고 대담하게 쏘는 것이 강점이다. 활 쏘는 타이밍도 대표팀에서 가장 빠르다.
올림픽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취재진을 웃음짓게 했던 김제덕은 이날도 수시로 “파이팅!”을 외치며 분위기를 돋웠다. 정적인 종목인 양궁에서 보기 드문 ‘돌연변이’가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여자 대표인 안산은 대표팀에서 멘털이 가장 강하단 평가다. 광주체고 2학년이던 2018년부터 매년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올림픽 같은 메이저 대회 대표로 선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팬들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이미 세계 양궁계에선 주목받는 유망주다. 2019년 7월 처음 출전한 세계 대회(독일 베를린 월드컵)에서 개인, 혼성 2관왕에 올랐다.
23일 랭킹 라운드에선 680점으로 리나 헤라시멘코(47·우크라이나)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673점)을 25년 만에 갈아치웠다.
서로의 장점에 대해 김제덕은 “산이 누나는 침착하고 차분해 웬만하면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고, 안산은 “제덕이가 파이팅이 넘쳐 나까지 긴장감이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궁 대표팀의 겁 없는 막내 두 사람이 한국에 귀중한 금메달을 안겼다.
안산은 25일 여자단체, 김제덕은 26일 남자단체전에서 각각 2관왕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