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오늘 개막… 아이들이 보여준 올림픽 정신 - 2020 도쿄올림픽이 23일 막을 올린다. 작년 코로나 사태로 연기된 지 1년 만이다. 사진은 일본 초등학생이 22일 한국 선수단 첫 경기인 뉴질랜드와의 남자 축구 B조 1차전(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태극기 문양 부채를 들고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 도쿄올림픽 전체 경기의 96%가 무관중으로 열리지만 이바라키현은 예외다. 가시마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제주도 서귀포시와 자매결연을 했다. /뉴시스

“대~한 민국!”

22일 일본 이바라키의 가시마 스타디움. 한국과 뉴질랜드의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1차전이 열린 이곳에 익숙한 대한민국 응원 구호가 울려퍼졌다. 재일교포나 한국 원정 팬들의 응원이 아니었다. 그라운드를 찾은 일본 초등학생들이 외치는 소리였다.

도쿄올림픽은 원칙적으로 무관중 대회로 치러진다. 일본 정부가 방역을 위해 12일 도쿄도(都) 일원에 8월 22일까지 4번째 긴급 사태를 발효하면서 올림픽 전체 경기의 96%가 무관중 경기로 열리게 됐다. 야구와 소프트볼이 열리는 후쿠시마와 축구와 마라톤 경기가 예정된 삿포로 지역도 무관중이 원칙이다. 그 정책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이 이날 경기가 열린 이바라키현과 미야기현, 시즈오카현 등 3곳이다.

한국과 뉴질랜드가 맞붙은 이날, 1000여명의 가시마 지역 초등학생들이 스타디움을 찾았다. 하얀 상의, 파란 바지에 빨간 모자와 하얀 모자를 쓴 어린이들은 한 칸씩 띄어 앉아 응원을 펼쳤다.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전반 35분 무렵 초등학생들이 있는 관중석에서 손뼉을 치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구호가 나왔다. 후반에도 응원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몇몇 어린이들은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를 신나게 흔들었다.

이날 경기 전과 하프타임엔 ‘세계를 응원해보자’는 제목으로 한국과 뉴질랜드 응원법을 배워보는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나왔다. 아이들은 ‘고고(Go Go) 뉴질랜드! 고고 키위즈(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새)’란 응원도 익혔지만, 뉴질랜드보다는 한국을 주로 응원했다. 가시마시는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제주도 서귀포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1일 한국 응원에 나선 일본 가시마시(市) 도요사토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내보냈다. 이들은 한국-뉴질랜드전에 앞서 태극 문양이 들어간 응원 도구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서귀포시 어린이들도 이 영상을 통해 “우리도 일본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 줘서 감사합니다. 우리 몫까지 열심히 응원해 주세요”란 메시지를 전했다.

이바라키현은 가시마에서 열리는 3경기에 한해 지역 초·중·고교 학생 4000명의 관람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25일 가시마에서 열리는 한국과 루마니아의 경기에서도 일본 학생들의 응원전이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