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펜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이 말을 떠올릴 것이다. 박상영(26)은 5년 전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이 말을 되뇌고 나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둬 ‘긍정 신드롬’을 일으켰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할 수 있다는 긍정 에너지로 뭉친 두 검객이 피스트(Piste·펜싱 경기대)에 오른다. 남자 사브르 세계 랭킹 1위 오상욱(25)과 여자 에페 랭킹 2위 최인정(31)이다. 개회식 다음 날인 24일은 한국의 금메달 후보가 대거 출전하는 이른바 ‘골든 데이’로 꼽히는데, 오상욱과 최인정도 이날 각각 개인전에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선다.
두 선수가 속한 남자 사브르와 여자 에페 대표팀은 21일 오후 지바현에 있는 전시장 마쿠하리 멧세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2시간 동안 훈련에 나섰다. 현지 사정상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훈련을 지켜본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선수촌 시설 문제로 불편을 겪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중요한 무대를 앞둔 중압감도 느끼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직접 보니 선수들 표정이 다행히 밝았다”며 “한국에서처럼 같이 웃으면서도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오상욱과 최인정은 올림픽을 준비하며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긍정의 힘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자 에페 팀은 지난해 해외 전지훈련을 하다가 4명 중 최인정을 제외한 3명이 코로나에 걸렸고, 그중 1명은 은퇴했다. 선수들은 감염자를 비난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도 시달렸다고 한다. 최인정은 “‘옆에서 보는 나도 힘든데, 동료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는 “힘든 일이 있어도 금방 잊는 편이다. 어려운 순간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되새겼다”고 했다. 올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펜싱 월드컵 개인전에서 1위에 오르며 다시 일어선 그는 “한층 단단해진 팀워크를 통해 도쿄 땅에 태극기를 꽂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상욱은 올 3월 헝가리에서 열린 대회에 나갔다가 코로나에 걸려 팀 선배들을 걱정하게 했다. 펜싱 선수들은 주로 쓰는 한쪽 근육만 크게 발달하는데, 오상욱도 오른쪽 허벅지가 왼쪽보다 훨씬 두꺼워 사복 바지가 잘 맞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격리 병동에서 한 달 만에 나오니 양쪽이 거의 같아졌다고 한다. 그만큼 고된 투병 중에도 그는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부모님이 전화로 ‘병실 안에서라도 좀 걸어 다녀라’라고 하자 그는 “엄마, 아빠. 여기 딱 세 발자국 걸으면 끝이에요. 하하”라며 웃어넘겼다고 한다. 오상욱이 평소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많이 하는 말도 “난 괜찮아”다. 김형열 코치는 “오상욱이 코로나에서 회복하고 몸 상태가 좋아지면서 팀 분위기가 덩달아 밝아지고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차례로 출격하는 펜싱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012 런던올림픽(금2, 은1, 동3)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