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요하네스 회스플로트 클레보(왼쪽)는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만 6개를 따내며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반면 쇼트트랙 남자 세계 1위인 윌리엄 단지누(캐나다)는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만 따 체면을 구겼다. /AP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 스타를 꼽는다면 단연 요하네스 회스플로트 클레보(30·노르웨이)다.

클레보는 21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테세로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50㎞ 매스스타트에서 2시간6분44초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10㎞+10㎞ 스키애슬론(8일), 스프린트 클래식(10일), 10㎞ 인터벌 스타트 프리(13일), 4×7.5㎞ 계주(15일), 단체 스프린트 프리(18일)에 이어 출전 6종목 모두 정상에 오르는 대업을 달성했다. 동계 올림픽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신기록이다. 1980년 미국 에릭 하이든(스피드스케이팅)이 세운 5관왕 기록을 46년 만에 뛰어넘었다.

22살이던 2018 평창 올림픽에서 3관왕으로 화려한 서막을 연 클레보는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은1·동1)를 따더니 이번에 6개를 추가, 총 11개 금메달을 수집했다. 기존의 역대 동계 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8개)도 갈아치웠다. 클레보는 “(전 종목 석권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곤 있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작년 고향 트론헤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6개 전 종목을 석권,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이번 올림픽에 나섰다. 명성과 기대에 걸맞은 성과를 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겨울의 펠프스”라고 평가했고, USA투데이는 “클레보의 질주는 경쟁자들에게 너무나 높은 벽이었다”고 전했다.

알파인 스키의 프란요 폰 알멘(25·스위스)도 이번 올림픽에서 활짝 웃었다. 지난 7일 남자 활강에서 대회 1호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수퍼대회전, 팀 복합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단일 올림픽 알파인 스키 3관왕은 통산 3번째다. 17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가족 생계를 위해 목수로 일하다 마을 주민들의 후원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기도 했다.

‘빙속 괴물’ 조던 스톨츠(22·미국)도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또 한 번 알렸다. 4관왕 도전엔 실패(1500m 은메달·매스스타트 4위)했지만, 500m와 1000m 모두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반면 기대에 못 미쳐 고개를 떨군 스타들도 있다. 쇼트트랙의 윌리엄 단지누(25·캐나다)가 대표적이다. 최근 두 시즌 연속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 투어 종합 랭킹 1위를 달성했으나, 정작 올림픽에선 ‘노 골드’ 수모를 겪었다. 개인전(500m 5위·1000m 4위·1500m 5위)에서 모두 메달 사냥에 실패했고, 혼성 계주 은메달 하나만 챙겨 돌아갔다. 단지누는 “언젠가 올림픽 챔피언이 될 것이다. 지켜봐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남겼다.

21일 오후(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갈라쇼가 열리면서 미국의 일리아 말리닌이 백플립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밀라노=장련성 기자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금메달이 유력했던 일리야 말리닌(22·미국)은 좀처럼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해 최종 8위에 그쳤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쿼드러플 악셀(공중 4회전 반) 점프를 구사하는 그는 이번 대회 단체전에선 금메달을 땄고, 개인전 쇼트프로그램도 1위에 올랐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는 “악의적인 비난은 마음을 공격해 행복해야 할 시간을 소음으로 물들인다”며 온라인상에서 비방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스키 여제’ 린지 본(42·미국)도 팬들의 탄식 속에 대회를 마쳤다. 성치 않은 무릎에도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 나서는 투혼을 보였지만, 기문에 부딪힌 뒤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4차례 수술 후 미국으로 돌아가 또 수술 받았다. 그는 “통증이 심해서 참기 힘들다”며 “곧 퇴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응원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자신이 다친 날 반려견도 쓰러졌고, 결국 작별 인사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굴의 투지를 보인 그를 AFP통신은 ‘이번 올림픽에서 잊기 힘든 순간을 만든 6명’ 중 하나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