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계 종목 최초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원윤종(41)은 당선 비결을 묻는 질문에 “진정성”이라고 답했다.
20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 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선수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 선수위원이 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내 진정성을 알아봐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인 원윤종은 전날 IOC 선수위원 투표에서 유효표 2393표 중 1176표를 획득, 11명의 후보 중 1위로 당선됐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IOC 선수위원은 동·하계 올림픽 개최지 결정 투표권 등 일반 IOC 위원과 같은 권한을 갖는다. 원윤종의 임기는 2034년 동계올림픽 폐막식까지 8년이다.
원윤종은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막 약 2주 전이었던 지난달 26일 이탈리아에 입국했다. 밀라노를 시작으로 코르티나, 발텔리나, 보르미오, 리비뇨, 발디피엠메 등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6개 권역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각국 선수들을 만났다.
원윤종은 “클러스터(권역)가 여섯 군데로 나뉘어 있다 보니까 이동부터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선수촌을 돌아다녔다. 선수뿐 아니라 코치와 자원봉사자 등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하루에 마시는 커피가 5잔쯤 됐다”며 웃었다.
그는 출국을 앞두고 ‘신발 세 켤레’를 챙겼다. 두 켤레는 일반 운동화, 한 켤레는 방수 기능을 갖춘 겨울용 부츠였다고 한다. “몇 걸음을 걸었는지 세지 않았지만, 하루 14~15시간씩 서 있다 보니 신발보다 무릎하고 허리 관절이 먼저 닳았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선수와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비가 오던 날 저녁 9시 30분쯤, 밀라노 선수촌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었는데 한 여자 선수가 나와 ‘얘기할 수 있냐’고 물었다”며 “자신은 ‘엄마 선수’인데,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원윤종은 “파리 하계올림픽 때 있었던 (선수의) 육아 전용 시설이 동계 대회인 이번 올림픽엔 마련되지 않았단 걸 알았다”며 “나중에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IOC에) 건의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선수위원으로서의 비전도 밝혔다. 그는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에서 설상 종목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듯, 최대한 많은 나라의 청소년을 서포트해 스포츠 가치를 일깨우고 최종적으로 올림픽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메이카, 태국 등 유스 올림피언들이 성인 무대에 나갈 수 있게 지원해준 적이 있다”며 “이런 일을 전 세계와 전 종목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봅슬레이 후배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22일 코르티나에서 한국 선수단 중 마지막으로 메달 레이스(남자 4인승)를 펼친다. 원윤종은 “당장이라도 코르티나에 가서 응원하고 싶다”며 “어제 김진수 등 선수들과 영상 통화를 하면서 준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대한 현장 상황에 맞춰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