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최가온(18·세화여고)이 생애 첫 올림픽에서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최가온은 13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해 우승했다. 88.00점의 클로이 김(미국)을 제쳤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스키·스노보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가온은 국내 스노보드 선수들처럼 가족의 영향으로 종목을 시작했다. 스노보드를 즐기던 아버지를 따라 보드를 탔고, 한때 피겨스케이팅도 배우다가 스노보드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택했다. 평소에는 수줍고 조용한 편이지만, 파이프에만 올라서면 승부욕이 강한 ‘승부사’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건 2023년이다. 최가온은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무대인 X게임에서 파이프 종목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신동’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월드컵 첫 우승을 거두며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그러나 상승세는 2024년 초 큰 부상으로 한 차례 멈췄다. 스위스 락스 대회 준비 과정에서 훈련 중 허리를 크게 다쳐 척추 골절 진단을 받았다. 스위스 현지에서 바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어린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수술과 치료비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치료비 전액인 7000만원을 지원했다. 이에 최가온이 자신을 지원해준 신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롯데는 2022년에는 보다 직접적인 지원을 위해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도 창단해 선수들에게 후원금과 국내외 개인 훈련비용, 각종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훈련 지원과 더불어 성장기 선수들을 위한 멘탈 트레이닝, 영어학습, 건강 관리 등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별도 지원하고,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팀 전담 매니저를 두어 훈련 스케줄, 비자발급, 국내외 대회 참여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롯데와 대한스키협회는 설상 종목이 대부분 열리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리비뇨에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선수를 지원하고 있다.
최가온은 수술 뒤 1년 이상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그는 당시 “아픈 것보다 대회에 나가지 못하는 게 더 속상해 울었다”고 했다. 긴 공백을 지나 돌아온 최가온은 복귀 직후부터 성적으로 증명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국과 미국 월드컵에 이어 세 번째 참가한 2026 스위스 락스 월드컵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직전 대회마다 결과를 만들며 ‘메달 후보’라는 평가를 굳혔다.
최가온은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 6위로 결선에 올라, 한국 하프파이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았다. 결선 당일 리비뇨는 눈이 이어져 코스가 수시로 변했고, 여러 선수가 착지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나왔다. 최가온도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이 최가온의 출전을 만류했지만, 2차 시기에 출전해 초반 다시 균형을 잃어 1차 시기 점수를 넘기지 못했다. 마지막 3차 시기까지 경기를 이어간 최가온은 끝내 역전을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