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승은이 기뻐하고 있다. /리비뇨=장련성 기자

“딱 한 단어요? ‘영광’이라는 말이 떠올라요.”

올림픽 역사상 첫 번째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메달리스트, 첫 여성 설상 종목 메달리스트. 18세 고교생 스노보더 유승은이 9일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세운 기록들이다.

그는 이날 빅에어 결선에서 171.00점을 받아 동메달을 땄다. 무라세 고코모(일본·179.00점), 조이 사도스키 시노트(뉴질랜드·172.25점)에 이어 3위다.

유승은은 이 순간의 감격을 단어 하나로 표현한다면 ‘영광’을 고르겠다고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대한민국 선수도 이렇게 스노보드 탈 수 있다 이런 걸 보여준 것 같아 감사합니다.”

잇따른 부상에도 보드를 놓지 않았던 유승은은 이날 한국 설상 종목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여럿 세웠다.

한국 스키·스노보드의 올림픽 메달은 그동안 속도와 기록을 겨루는 알파인 계열(평행대회전)에서만 두 개 나왔다. 2018 평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의 이상호, 이번 대회 같은 종목의 김상겸이 땄다.

여기에 채점 종목인 프리스타일 계열에서 유승은이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한국 강세 종목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승은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란 목표를 이루는 데 있어 1위 무라세와 2위 시노트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둘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조이(시노트), (무라세)고코모 이렇게 꼽을 정도로 두 선수의 팬이었는데, 함께 포디움에 설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며 “특히 조이 선수 영상은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볼 정도로 많이 봤다”고 했다.

무라세와는 경기 후 서로 축하도 나눴다. 경기 후 그에게 ‘오메데토 고자이마스(축하해요)’라고 일본말로 축하를 건넸다고 한다.

그는 또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주변 사람들’”이라며 코치, 가족, 트레이너, 의무팀 관계자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부모님께 미안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지난 1년 동안 너무 힘들어서, 엄마, 아빠한테 화를 너무 많이 냈고 짜증도 많이 부렸다. 그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남은 기간 하프파이프 선수들을 응원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슬로프스타일에서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예선은 16일 오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