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수 일리야 말리닌(22)이 7일(현지 시각)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반세기 동안 은반 위에서 사라졌던 ‘금기의 기술’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7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 1위 일리야 말리닌(22·미국)이 마지막 순서로 빙판에 들어서자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말리닌은 함성에 화답하듯 강렬한 힙합 선율에 맞춰 쿼드러플 플립, 트리플 악셀 등 고난도 점프들을 물 흐르듯 수행하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미국 선수 일리야 말리닌(22)이 7일(현지 시각)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백플립 기술을 펼치고 있다./EPA 연합뉴스

그러던 말리닌은 속도를 조절하며 호흡을 가다듬더니, 얼음을 박차고 솟구쳐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를 돌았다. 그가 다시 빙판에 닿는 순간 경기장은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50년 전 올림픽 무대에서 지워졌던 ‘백플립(Backflip·공중 뒤돌기)’이 정식으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일리야 말리닌(22)이 7일(현지 시각)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백플립은 1976년 인스브루크 올림픽에서 당시 미 남자 싱글 대표였던 테리 쿠비츠카가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ISU(국제빙상경기연맹)는 부상 위험을 이유로 곧바로 이 기술을 금지했다. 규정을 무시하고 백플립을 시도하는 선수에겐 감점 페널티까지 부여했다.

그로부터 22년 지나 백플립이 재차 올림픽 무대에 등장했다. 아프리카계 프랑스 선수 수리야 보날리가 은퇴 무대였던 1998 나가노 올림픽에서 보란 듯 공중 뒤돌기를 선보인 것이다. 현역 시절 ‘피겨계를 백인과 아시아 선수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그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항의의 표시로 백플립을 수행하며 이 기술을 ‘저항의 상징’으로 만들어냈다.

미국의 일리야 말리닌(22)이 7일(현지 시각)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백플립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AP 연합뉴스

ISU는 2024년 6월 “고난도 기술이 보편화된 현대 피겨에서 백플립을 금지하는 것은 더 이상 논리적이지 않다”며 이를 정식 기술로 인정했다. 그리고 맞이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에서 말리닌이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해 낸 것이다. USA투데이는 “말리닌이 21세기 피겨계에서 불가능으로만 여겨졌던 기술을 해내며 올림픽의 새 페이지를 썼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표 일리아 말리닌이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단체전 쇼트프로그램 경기 후 자신의 점수가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