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대회 전 낮은 기대치와 달리 어느새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역대 올림픽 금메달 최다 타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에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그 주요 후보 중 하나가 바로 ‘근대5종’이라는 종목입니다. 우리나라는 남자 개인전에서는 한국 근대5종의 영웅 전웅태와 가파른 상승세의 서창완이, 여자 개인전에선 세계랭킹 1위 성승민과 노련미를 갖춘 김선우가 출전했습니다.
근대5종도 첫 스타트를 상큼하게 끊으며 금메달 전망이 밝아졌습니다. 지난 8일 열린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전웅태가 36명 중 4위에 올라 금메달권 진입에 성큼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웅태는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냈습니다. 당시 전웅태는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9위였는데 최종 3위를 달성했으니 이번엔 출발점이 훨씬 좋게 잡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대 5종, 펜싱 랭킹 라운드가 뭐죠?
여기서 슬슬 ‘대체 펜싱 랭킹 라운드가 뭐야?’하며 머리가 좀 아프실 겁니다. 차분히 보시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근대5종은 말 그대로 근대적인 5개 스포츠 종목 펜싱, 승마, 수영, 달리기+사격(레이저 런)을 한 선수가 모두 소화해 각 종목 점수를 합산해 최강자를 뽑는 종목입니다.
좀 더 쉽게 요약하면 펜싱, 승마, 수영에서 각각 획득한 점수로 중간 점수를 낸 뒤, 이 중간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달리기+사격(레이저 런)을 출발합니다. 레이저런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순서대로 금·은·동이 결정됩니다.
종목이 5개나 되다보니 진행 방식이 대회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일단 이번 파리올림픽에선 1. 펜싱 랭킹라운드-2. 준결승-3. 결승전 이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가장 먼저 열리는 펜싱 랭킹 라운드는 참가 선수 36명이 돌아가면서 단 한번의 펜싱 대결로 점수를 가리는 라운드입니다. 왜 펜싱만 따로 빼내어 미리 대결하는 걸까요. 과거에는 5개 종목을 하루에 다 진행했는데, 이러다보니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특히 펜싱이 시간 소요가 가장 크다보니 따로 먼저 진행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풀리그 방식이니 630번의 단판 대결이 펼쳐지고, 랭킹 라운드 진행에만 약 3시간 15분~3시간 30분 가량 소요됩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선수 1명이 다른 선수 35명과 전신 어디든 찔러로 되는 에페 방식으로 딱 한번 맞대결을 합니다. 이기면 점수를 받고, 지면 점수가 깎입니다. 35명 중 상대의 70%인 25명 상대로 25승을 하면 250점이 주어지는데 여기서 1승을 더하면 5점이 더 올라가고, 1승이 깎일 때마다 5점이 감점되는 방식으로 기억하면 됩니다.
지난 8일 열린 남자부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전웅태 선수는 22승을 거둬 235점을 확보해 36명 중 4위에 올랐습니다. 서창완은 20승을 거둬 25점이 감점돼 225점으로 전체 10위에 올라있습니다. 남자부 1위가 24승으로 245점을 확보한 상황이라 전웅태는 불과 10점, 서창완은 20점이 뒤져있는 상태입니다. 이 정도 점수차는 레이저 런(달리기+사격)에서 충분히 뒤집을 격차이기 때문에 금메달 전망이 밝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9일 열린 여자부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는 성승민이 20승을 거둬 225점으로 전체 8위에 올랐습니다. 김선우는 19승으로 220점 전체 11위입니다. 1위는 프랑스 선수가 무려 27승을 거둬 260점을 획득했습니다. 성승민과는 35점이라는 격차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려면 이후 결승에서 열리는 다른 종목에서 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준결승, 결승전은 어떻게 진행되나
선수들은 이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얻은 점수를 기본 점수처럼 가지고 준결승에 돌입합니다. 준결승은 쉽게 말해 36명 중 결승에 갈 18명을 뽑고, 나머지 18명을 탈락시키는 라운드입니다. 2개 조(A,B)로 나누어서 각 조 18명 중 9위 안에 들면 결승에 올라가게 됩니다.
준결승에서 드디어 승마-수영-달리기+사격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펜싱이 등장하는데요, 이건 ‘보너스 라운드’입니다. 펜싱 랭킹 라운드 점수가 낮은 선수들에게 다시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죠. 펜싱 점수가 최종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건 레이저 런 순서에서 자세히 설명드릴께요.
펜싱 보너스 라운드는 각 조에서 랭킹 라운드 점수가 가장 낮은 18위 선수가 17위-16위-15위 이렇게 차례차례 도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한 번 이기면 2점을 더 얻고 다음 순위와 대결을 하게 되고, 지면 곧바로 탈락합니다. 만약 펜싱 점수 18위-17위 간 대결에서 17위가 이기게 되면 17위 선수가 보너스로 2점을 얻고 16위와 대결하게 되는 방식입니다. 물론 17위 선수가 계속해서 이긴다면 승리마다 2점을 얻으며 위로 쭉쭉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세계 대회에서도 드물지만 보너스 라운드에서 한 선수가 10연승을 해서 20점 보너스 점수를 챙겨가는 경우가 나옵니다.
당연히 보너스 라운드기 때문에 여기서 진다고 해서 랭킹 라운드처럼 감점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보너스 점수를 획득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죠. 대결 기회가 1번 밖에 없는 랭킹 라운드 점수 1위 선수는 딱 한번 이기면 4점의 보너스를 부여합니다. 형평성 차원이죠.
승마는 경기 전 무작위로 배정된 말을 타고 장애물 넘는 방식입니다. 300점이 주어지는데 말이 장애물을 넘을 때 장애물이 떨어지거나 점프에 실패하면 감점이 이뤄집니다.
수영은 200m 자유형 기록 대결로 보시면 됩니다. 200m를 2분30초에 들어오면 250점을 주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2분30초보다 1초 늦을 때마다 3점을 감점하고, 1초가 빨라질 때마다 3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점수가 부여됩니다.
사실 승마와 수영에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선수 간에 점수 격차가 크게 나진 않습니다. 다만 승마는 ‘운이 나빠서 선수와 잘 맞지 않는 말이 걸릴 경우 대거 실점하는 불운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변수가 숨어있다’ 정도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금메달의 주인공은 레이저런에서 나온다
자 이렇게 펜싱 보너스라운드-승마-수영을 마치면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런(달리기+사격)이 기다립니다. 레이저 런은 3000m를 달리는데 중간에 마련된 4번의 사격 장소에서 5개의 표적을 정확히 맞춰야 하는 종목입니다.
그런데 이 레이저런을 하기 전에 일단 앞선 종목들에서 받은 중간 점수를 합산합니다. 펜싱 랭킹 라운드 점수+보너스 라운드 점수+승마 점수+수영 점수를 다 합하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점수가 가장 높은 선수가 가장 먼저 레이저 런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그 다음 점수가 높은 선수와 점수 차이만큼 늦게 출발하는 방식으로 선수들이 한명씩 출발하게 됩니다. 이른바 페널티 스타트 방식인데요.
예시를 보시면 이해가 편합니다. 중간점수가 가장 높은 A선수가 700점이라고 하면, 이 700점이 출발의 기준점이 됩니다. 두번째로 중간점수가 높은 선수 B가 690점이라면, A선수와의 점수 차이인 10점을 초로 환산해 A선수보다 10초 늦게 출발하게 됩니다. 만약 C선수의 중간점수가 650점이라면 A선수보다 50초 늦게 레이저런에서 출발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펜싱 점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됩니다. 승마와 수영에선 큰 점수차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펜싱에서 많은 점수를 낼수록 후순위 선수들과 레이저런에서 더 많은 시간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령 펜싱에서 다른 선수보다 20~30점을 더 많이 냈다면, 레이저런에서 20~30초 먼저 출발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죠.
선수들은 3000m를 달리면서 중간에 마련된 4개의 사격 장소에서 5개의 표적을 명중시켜야 다음 사격 장소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빨리 명중하는 만큼 빨리 출발할 수 있죠. 당연히 명중하지 못하면 그만큼 시간이 늦어집니다. 무제한으로 사격이 가능한데 계속해서 표적 5개를 다 맞히지 못하면 50초가 넘어야 출발할 수 있습니다. 3000m를 최대한 빨리 달리면서 사격을 해야하니 호흡 조절, 집중력. 사격실력이 모두 중요합니다.
중간점수를 환산해서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먼저 출발하기 때문에, 사실상 레이저 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도착하는 사람이 가장 빨리, 그리고 사격에서 부여되는 페널티를 잘 극복해 기존 중간점수를 뒤집고 최종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물론 중간점수 1위인 선수가 쭉 독주해서 최종 1위가 될 수도 있죠. 참고로 우리 대표 선수들은 달리기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레이저 런에서 역전을 만들어낼 능력이 충분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준결승에선 이런 방식으로 각 조마다 18명 중 레이저런을 빨리 통과한 9위까지 결승에 오르게 됩니다. 결승도 준결승과 똑같이 최종 참가자 18명이 펜싱 랭킹 라운드 점수를 기본 점수로 가지고 출발해 펜싱 보너스라운드와 승마, 수영으로 중간 점수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페널티스타트를 해 레이저 런에서 금·은·동을 가리게 됩니다. 결승에 오르게 되면 준결승에서 확보된 점수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오로지 첫날 실시한 펜싱 랭킹 라운드 점수만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따라서 펜싱 랭킹 라운드 점수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항상 기본 점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높은 순위를 받는게 메달권 확보에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웅태 선수가 여기서 높은 점수를 얻은 만큼 금메달 전망이 밝아졌다는 것, 이제 이해되시겠죠?
이제 9일부터 준결승이 시작됩니다. 오후 10시부터는 남자 준결승 A조 경기, 10일 0시부터 남자 준결승 B조 경기가 펼쳐집니다. 여자부 준결승은 오는 10일 오후 4시30분과 오후 8시30분에 각각 A조와 B조의 경기가 열립니다. 일단 우리 선수 4명이 모두 각 조마다 9위 안에 들어 결승전에 오르는게 주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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