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성 염색체’ 논란을 겪고 있는 알제리 여자 복싱 국가대표 이마네 칼리프(25)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칼리프는 인터뷰에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선수들을 괴롭히는 것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 이것은 사람을 파괴할 수 있고, 정신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에 출전한 칼리프는 여자 복싱 57㎏급 린위팅(29·대만)과 함께 이번 대회 ‘뜨거운 감자’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작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칼리프와 린위팅에게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며 실격 처분을 내렸지만,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에 출전했다. IBA는 지난해 승부조작 등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징계를 받아, 이번 올림픽 복싱은 IOC 산하 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이 관장한다. 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면서 두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두 선수는 명확히 여자 선수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칼리프는 “올림픽 위원회가 정의로운 일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조치는 진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도핑테스트 외 다른 테스트를 받았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메달을 따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에 누구의 의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아지기 위해 경쟁할 뿐”이라며 “소셜미디어 등으로부터 선수들을 관리하는 정신건강팀이 있어서 소셜미디어도 따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칼리프는 지난 4일 헝가리의 언너 루처 허모리(23)를 이기고 준결승에 진출한 것에 대해선 “기뻤지만 동시에 나를 통제할 수 없었다”며 “솔직히 (논란과 관련한) 언론의 광풍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그는 알제리의 이번 대회 첫 메달리스트이자 역대 최초 여자 복싱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올림픽 복싱은 준결승 패자 모두에게 동메달을 수여한다.
그는 준준결승이 끝나고 알제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모든 여성의 존엄과 명예와 관련이 있다”며 “아랍 국민들은 수년간 저를 알고 있었고 IBA에서 저를 부당하게 대우했지만 신은 제 편”이라고 밝혔다.
칼리프와 함께 성염색체 논란을 겪고 있는 린위팅 역시 4일(현지 시각)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57㎏급 8강전에서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다만 상대 스타네바는 경기가 끝나고 두 검지를 교차시켜 ‘X’ 모양을 만드는 행동을 취하며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스타네바는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스타네바의 코치는 “린위팅의 출전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의료인은 아니지만 린위팅이 (남성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면,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칼리프는 오는 7일(한국 시각) 태국의 잔자엠 수완나펭(24)과 올림픽 여자 복싱 66kg급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수완나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 칼리프의 실격으로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