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턴을 할 땐 사지가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빨리 터치 패드를 찍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메달을 땄는지도 몰랐다.”
김우민(23·강원도청)은 27일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자유형 남자 400m 결선에서 3분42초5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따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의 루카스 마르텐스(3분41초78), 호주의 일라이자 위닝턴(3분42초21) 다음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번 시즌 세계 4위 기록(3분42초42)을 갖고 있었던 김우민은 예선에서 전체 7위(3분45초52)로 힘겹게 결선 티켓을 땄다. 전반에 비해 후반 페이스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불리한 1레인에 배정받았다. 김우민은 “원래 오전에 몸이 덜 풀려서 예선 통과가 고비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로 기록이 안 나올 줄은 몰랐다. 나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결선에선 달랐다. 가장 빠른 반응 속도(0.62초)로 물속에 뛰어들었고, 350m 지점까지 2위를 유지했다. 마지막 50m를 남겼을 땐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았다.
경기가 열린 라데팡스 아레나의 수온은 섭씨 25 안팎으로 유지된다. 여름철 바닷물 온도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비교적 선선한 수온인데도 김우민은 사지가 타는 듯한 고통과 열감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사력을 다하느라 체온과 젖산 수치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우민은 “정말 꿈꿨던 메달이라 더 의미가 값지다. 첫 올림픽 메달이라 감격스럽고, 이걸 위해 훈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뿌듯하다”고 눈물을 훔쳤다.
◇예선 탈락만 하던 아이가…
김우민은 박태환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자유형 200·400m)를 딴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 올림픽 수영 메달을 안겼다. 지난 2월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 400m 금메달에 이어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며 세계 정상급 선수임을 입증했다.
김우민의 아버지 김규남씨는 “아들이 대견하지만 천재는 아니다”라면서 “어린 시절에는 예선 탈락만 하는 선수였다. 엄청난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우민은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영을 시작했다. 부산체중 시절까지만 해도 자유형이 아닌 배영이 주종목이었는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결국 중학교 2학년 때 자유형으로 종목을 바꿨다. 체력이 좋았기 때문에 트라이애슬론을 할 생각으로 1500m에 도전했고, 곧바로 전국 대회 4위를 하며 재능을 발견했다.
김우민은 고교 때 국내 중장거리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특히 자유형 400m에선 국제 경쟁력도 보이기 시작했다. 고교 졸업 후 실업팀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그는 도쿄올림픽과 2022 부다페스트·2023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자유형 400·800m, 계영 800m)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김우민은 키(182㎝)가 서양 선수들과 비교해 크지 않다. 하지만 윙스팬(양손을 펼쳤을 때 한 손 끝에서 반대쪽까지 길이)이 196㎝으로 아시아 선수로는 긴 편이다. 수영에선 팔이 길수록 스트로크를 하면서 추진력을 얻기 유리하다.
◇황선우와 영혼의 동료·경쟁자
김우민의 아버지는 “(김)우민이가 올림픽 메달까지 따게 된 건 황선우 덕”이라며 “황선우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했다. 김우민의 2년 후배 황선우(21·강원도청)는 도쿄 올림픽 때부터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고 국내에서도 전국체전에서 사상 첫 MVP(최우수선수) 3차례(2021년·2022년·2023년)를 차지했다. 반면 김우민은 자유형 단거리 종목에선 황선우를 이겨본 적이 없다. 강원도청 동료이기도 한 둘은 서로 응원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이다. 김우민은 “선우와 200m도 같이 겨루지만 둘 다 좋은 성적을 얻었으면 좋겠다. 함께 메달을 들고 사진 찍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박태환 이후 첫 한국 수영 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에 안주할 생각은 없다. 김우민은 “올림픽 메달을 따서 정말 좋지만, 동메달로는 만족할 수 없다. 아직 올라갈 곳이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4년 뒤에도 딸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우민은 30일 남자 계영 800m에서 황선우와 함께 나선다.
/파리=김영준 기자, 양승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