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현지에서 훈련 중인 한국 대표팀 배드민턴 안세영. /고운호 기자

22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양궁 훈련장. 한국 남자와 여자 대표팀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선수들 표정에선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유는 바람. 대표팀은 이미 진천선수촌에서 앵발리드 경기장과 최대한 비슷하게 시설을 갖춰 놓고 활을 쏘면서 대비해 왔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었는데, 전날 이곳 앵발리드에서 훈련할 때 돌풍에 가까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계획에 없던 자연현상이었다. 홍승진 양궁 총감독은 “매 순간 바람이 달라서 저희가 알 수는 없다. 어찌 보면 그 순간에는 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그러자 남자부 김우진(청주시청), 여자부 임시현(한국체대) 등이 쏘는 활이 연달아 10점 과녁에 꽂혔다. 남자는 단체전 3연패(連霸), 여자는 단체전 10연패가 목표다. 김제덕(예천군청)은 도쿄올림픽에 이어 남자 개인전 2연패를 노린다. 홍 감독은 “모든 선수가 컨디션 100%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주부터 프랑스에 속속 도착한 한국 각 종목 선수들은 각자 훈련장에서 담금질을 했다. 양궁은 알레 아 파리에 마련한 단독 훈련장에서, 배드민턴과 수영 등은 파리 시내에서 약 70㎞ 떨어진 퐁텐블로에 마련된 사전 훈련 캠프에서 감각을 끌어올렸다.

수영 황선우. /고운호 기자

같은 날 올림픽 탁구 경기가 열릴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인공들은 탁구 혼합 복식 세계 랭킹 3위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파트너 신유빈(대한항공). 신유빈이 공을 놓치자 임종훈이 장난스레 ‘아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신유빈이 지지 않고 ‘오빠가 잘못했잖아!’라고 맞서면서 더 큰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웃음은 잠시, 날카로운 집중의 시간이 다시 이어졌다. 주세혁 탁구 감독은 직접 라켓을 들고 선수들을 지도했다. 주 감독은 “파리에서 하는 올림픽인 만큼 선수들이 조금 들뜰 수 있어서 공항에서부터 차분해지라고 얘기했다”며 “부상당하거나 감기만 안 걸리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22일 퐁텐블로 사전 캠프를 떠나 올림픽 선수촌에 짐을 풀었다. 시설을 둘러볼 틈도 없이 바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실제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는 아레나 포르트 드 라 샤펠. 여자 단식 안세영(삼성생명)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경기장이다. 지난 3월 이곳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안세영은 이날 남자 단식 전혁진(요넥스)과 여자 단식 김가은(삼성생명)을 네트 너머에 두고 2대1로 셔틀콕을 주고받고 있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아팠던 무릎에 테이핑을 감고 있었지만, 불편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김학균 배드민턴 감독은 “선수들이 다 컨디션이 좋다. 안세영 무릎도 걱정 없다”고 했다.

체조 엄도현. /고운호 기자

남자 기계체조 류성현(한국체대)은 파리 국제방송센터(IBC)에 마련된 훈련장에서 준비해온 마루 연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이번 대회 마루 바닥은 도쿄 올림픽 때보다 더 딱딱한 재질이다. 진천에서 이미 이 바닥을 놓고 훈련해 왔지만, 제품마다 탄력이 미세하게 달라 더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류성현은 “한국에서 쓰던 것보다 더 느낌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도쿄 올림픽 남자 마루에서 아쉽게 4위를 차지한 뒤 맞이한 이번 대회. 류성현은 진지했지만, 외신 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는 ‘보정해달라’면서 웃었다.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단체 경기에 나서는 여자 체조 대표팀도 주장 여서정(제천시청) 주도 아래 같은 곳에서 몸을 풀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정식 여자 체조 감독은 “5명이 함께 훈련하니 서로 더 의지할 수 있어서 더 좋은 분위기”라고 했다. 여서정은 도마에서 지난 도쿄 대회 동메달에 이어 2연속 메달을 노린다.

퐁텐블로에서 훈련하던 수영 대표팀도 23일 올림픽 경기가 펼쳐지는 라 데팡스 아레나에 처음 입수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박태환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황선우(강원도청)는 “파리에 오니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다”며 “몸 상태는 좋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남은 기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