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앵발리드 광장에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 중인 양궁 대표팀 임시현(왼쪽). /연합뉴스

“아니, 어떻게 오셨어요?” “경유를 몇 번을 했는지 몰라!”

22일 2024 파리 올림픽을 위해 양궁 훈련이 한창이던 앵발리드 광장. 어딘가에서 불쑥 큰 목소리의 한국말이 튀어 나왔다. 김문정 한국 코치와 박영숙 부탄 감독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소리였다. 둘은 10분이 넘게 서로 안부를 물었다. 둘뿐이 아니었다. 훈련 내내 선수들 등 뒤 감독과 코치가 앉아 있는 벤치에서는 한국말이 끊이지 않고 들렸다. 파리 앵발리드가 아니라 한국 진천선수촌이라 해도 믿을 만한 분위기였다. 훈련장에 함께 있던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양궁이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종목이냐”라면서 신기해했다.

한국 양궁은 오랫동안 세계 최강 자리에 군림해 있었다. 그러자 각국 양국협회가 너도나도 한국인을 사령탑에 앉혔다. 이들은 각자 맡은 팀을 강하게 만들어서 올림픽 본선까지 올라왔다. 중국 대표팀의 권용학 감독, 인도 백웅기 감독, 말레이시아 이재영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개최국 프랑스를 이끄는 오선택 감독도 있다. 덕분에 파리에서 때아닌 ‘한인회’가 열린 것이다.

타지에서 만난 덕분에 반갑긴 하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세계 전역에서 ‘선진 양궁’을 퍼뜨려온 한국인 지도자들의 존재는 대표팀에 가장 큰 위협 요소다. 각국 양궁의 평균 기량이 확연히 올라온 탓에 한국도 정상 자리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실제로 여자 대표팀은 올해 월드컵 1, 2차 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잇따라 권용학 감독이 이끄는 중국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3차 대회 단체전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중국을 만나지 않았다는 점이 찝찝함으로 남았다. 양궁계 관계자는 “한국 지도자들이 각국으로 퍼져나가면서 우승이 더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매번 올림픽에서 양궁에는 유독 우승을 너무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아쉽기도 하다”라고 했다.

타향살이의 설움을 맛본 감독도 있다. 백웅기 인도 감독은 2022년부터 팀을 이끌었지만 정작 파리에서는 함께하지 못한다. 인도 매체들은 인도양궁협회가 점찍은 물리치료사에게 밀려 백 감독이 대회 출입증 격인 ‘AD(Accreditation) 카드’를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파리에서 인도로 향했다는 백 감독은 “굴욕적이고 모욕적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