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수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황대헌이 윤홍근 한국 선수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베이징올림픽에서 경기만큼이나 화제가 된 내용이 있다. 바로 ‘치킨 연금’이다.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단장을 맡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쇼트트랙 대표팀 황대헌에게 평생 치킨 이용권을 약속한 것인데, 선수단 단장이 바로 치킨회사 대표라 가능한 일이었다.

선수단을 이끈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황대헌은 정말 훌륭한 선수다. 치킨 연금이라는 용어를 써서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들께 새로운 기쁨을 드렸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20년 12월 직접 빙상연맹 회장직을 자처했다. 당시는 빙상계가 여러 논란 등으로 시끄러웠던 때라 누구도 선뜻 회장직에 나서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윤 회장은 “1년 전부터 제의를 받았지만 여러 가지 기업에 관련된 일도 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고사했다”며 “‘빙상이 어려워지고 힘들다고 하니까 이 책임을 기업인으로서 너무 벗어던지는 것도, 미루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맡아서 다시 정상화하는데 지원을 한번 해보겠다’고 해서 맡게 됐다”고 말했다.

빙상연맹 회장직을 맡은 후로는 선수들을 위한 물적 지원뿐 아니라 직접 경기장과 훈련장을 찾아가 선수들을 응원해왔다.

그는 “(국민들이) 올림픽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을텐데 실질적으로 빙상종목에는 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선수들 하고 접촉하고 스킨십을 하고 또 선수들이 어려운 게 무엇인지, 내가 뭘 지원해 주면 우리 젊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본인들의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알려면 경기장을 많이 찾는 길 밖에 없었다”고 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곽윤기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 김동욱이 시상대에서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중국)=정재근 기자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벌어진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윤 회장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것은 방송을 보고 계시는 우리 5000만 국민들의 얼굴이 떠올랐다”며 “그 다음에 4년의 시간 동안 올림픽 하나 만을 위해서 젊은 선수들이 청춘을 바쳐서 노력을 해오는데 이 기회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눈앞이 캄캄하더라”고 떠올렸다.

당시 황대헌과 이준서가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당한 뒤 중국선수가 이들의 자리를 대신해 결승에 오르자 국내에선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내부에서도 일부는 철수하자고 하고 또 일부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그날 밤부터 새벽 3~4시까지 잠을 자지 않고 구단장과 선수단 관계자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과 함께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결국 윤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4년 동안 흘린 노력의 땀을 생각해 올림픽에서 철수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고, 8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밝혔다. 이 결정은 결국 선수단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 전화위복이 됐다. 황대헌의 ‘치킨 연금’도 이날 약속됐다.

윤 회장은 “선수들을 안정시켜야 되지 않나. 남아 있는 경기가 많은데 (1000m 경기에 출전했던)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선은 마음부터 가장 안정시켜 주는 것, 즉 심리치료가 제일 필요하겠더라”고 했다.

이어 “아침 기자회견 후에 세 선수를 같이 보자고 했다”며 “선수들을 달래주면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충격에서 벗어나서 평상심을 찾을 수 있겠느냐 했더니 갑자기 우리 황대헌 선수가 ‘단장님, 저는 매일 1일 1 BBQ를 하는데 치킨을 먹게 해 주시면 제가 어제 거 잊어버리고 제대로 금메달을 따고 메달을 달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선수단 입장에서는 가장 절박한 게 우리 선수들의 심리안정이 중요했다. 심리치료를 하는 의사선생님 계신데 거기에 안 가고도 제가 심리치료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이후 경기 중 손이 찢어져 11바늘을 꿰맨 박장혁을 언급하며 “장혁이형도 1일 1닭을 하는데 지원을 해달라”고 말했고, 옆에 있던 이준서도 “저도 매일 치킨을 한 마리씩 한다”며 치킨 연금을 요청했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한편 황대헌은 치킨 요청을 하며 스스로 내건 약속을 지켰다. 판정 논란 이틀 뒤 (9일) 열린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돌아가면) 치킨이 먹고싶다. BBQ 치킨을 엄청 좋아한다”며 “윤홍근 회장님께 농담 삼아 ‘화장실 의자 하나는 내가 해드린 겁니다’라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고 말해 ‘치킨 연금’이 주목 받았다.